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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성노동자 권리에 관심 없는 성매매방지법 / 사미숙 |
지난 5월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의 국회보고서는 생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여성을 ‘성매매 피해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자발적 성매매 여성도 ‘피해자’로 보고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5월31일 대표발의했다. 7월에는 국회 성평등정책연구포럼 총회 및 성매매방지법 위헌제청 관련 간담회에서 성판매 여성을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착취로 간주하고 여성 성노동자를 사회구조적 피해자로 보아 처벌하지 않으며, 남성 성구매자를 처벌하여 수요를 줄이는 방식으로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관점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선은 이 논의가 여성 성노동자를 비범죄화함으로써 그들의 인권과 노동권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사회적 차별과 낙인의 제거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성판매 여성 비범죄화의 논의는 기본적으로 성거래를 여성에 대한 착취로 보고 있다는 점, 모든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상정한다는 점에서 성매매특별법의 애초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많은 성노동자들이 불법화에 대항하여 자신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주장하는 목숨 건 투쟁을 펼쳐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성판매 여성의 비범죄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모든 여성 성노동자를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여성 성노동자의 권리 신장에는 정작 관심이 없고, 성서비스를 판매하는 여성들만 사회에서 사라지면 자신들이 대표하고 있는 ‘여성’의 권리가 신장될 것이라는 오래된 관습적 사고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난달 29일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는 성노동자의 관점에서 성노동 비범죄화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성노동 비범죄화’ 토론회에서는 성판매 여성만 비범죄화하는 스웨덴식 모델에 어떤 의미와 한계가 있는지가 중요하게 논의되었다. 스웨덴은 1999년부터 성판매 여성을 불처벌하고 성구매 남성만 처벌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성거래 금지주의 국가에서는 스웨덴 모델의 성과를 찬양하고 도입하려 애쓴다. 그러나 법의 수혜를 입어야 할 스웨덴 성노동자들은 이 법으로 첫째, 성거래가 더욱 어둡고 고립된 지역으로 밀려남으로써 위험에 더 취약해졌고 둘째, 경찰로부터 구매자를 보호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었으며 셋째, 단속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좋은 손님을 구별하고 공정하게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법이 만들어질 때 당사자인 성노동자들은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성노동자들은 착취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성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착취가 아니라 내가 판매한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는 것이 착취다.” 또한 성노동자들은 “나는 성거래 자체에서 피해자가 아니라 성거래의 불법화로 피해자가 된다”고 주장한다.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성판매 여성 비범죄화 논의에서도 당사자인 성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성거래를 혐오하면서, 성노동을 불인정하면서, 성노동자를 약자화하면서 ‘성노동자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성노동자들은 이렇게 외친다. “구원자들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라.”(Save us from saviors)
사미숙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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