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냐면] 물장군, 양봉꿀벌과 등검은말벌, 하늘소까지 -세계곤충학회 유치 1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맞아 / 이강운 |
온난화 때문에 기후가 변하면 점점 사라져가는 곤충의 생사는 어떻게 될 것이며, 농업해충이 경제적으로 끼칠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대량 멸종의 길로 가는 꿀벌의 건강은 괜찮을까? 종 보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은 무엇이며, 농산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인간과 곤충은 자연계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궁금하다. 3억5000만년 전부터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해오던 곤충이 그 다양성과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 및 활용 가치 때문에 최근 들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곤충학회(ICE) 유치 1주년 기념 공동 학술대회가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 동안 강원도 횡성군에서 열린다. 이번 공동 학술대회는 2012년 대구에서 성황리에 열렸던 세계곤충학회 총회를 기념하여 한국응용곤충학회·한국곤충학회·한국양봉학회·한국잠사학회 등 곤충 관련 학회 4곳이 처음으로 뜻을 모아 공동으로 주관하는 큰 행사이다. 미국·대만·필리핀·일본을 포함한 세계 전역의 곤충학자들이 참석하고, 600편이 넘는 포스터 발표와 심포지엄 및 특별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박규택 선생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종, 곧 신종을 500여개나 찾아내 기록한 곤충분류학의 세계적인 대가인데 40년 노동의 양과 질로 결실을 맺은 강의로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이번 공동 학술대회의 총괄적인 테마는 ‘신기후변화 시나리오 대응 및 곤충 관리 전략 국제심포지엄’이다. 제목만으로도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로 야기될 생태적 위기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외래 병충해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로 국민 건강과 식량 공급에 적신호가 켜지는 등 예측 불허의 돌발적인 문제로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러한 급작스러운 생태계 변화로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걱정스러운 때다. 다소 어렵고 딱딱한 주제이지만 기후변화로 야기될 여러 종류의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 종 보전의 사회·경제적 효과 및 꿀벌과 누에 등 곤충의 산업적 활용에 관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곤충은 지난 30년 동안 사회적인 관심을 별로 받지 못했다. 특히 곤충 연구를 비롯한 기초생물학이 젊은 세대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의 뼈아픈 반성이다. 기초생물학이 미래의 생업으로 자리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기초생물학이 젊은 세대와 분리되고 퇴보됨으로써 기초생물학 없는 현재나 미래의 재난 상황을 우리는 걱정하고 있다. 기초생물학만 가지고 선진국이 될 수는 없지만 선진국이 되려면 기초생물학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일년 내내 필자는 곤충의 생태나 이름을 알려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학생과 교사, 비정부기구(NGO), 국립공원이나 식물원에서 근무하는 연구원까지 층도 다양하다. 기초과학을 세우고 창달의 시대를 열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고, 이제 그 출발점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학술대회가 국민을 껴안을 수 있다면 과학 대중화와 국민적 성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격을 묻지도 않고 특별한 잣대가 있는 것도 아니니 관심이 있고 벌레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관련 연구자들이 그동안 연구하고 집중했던 내용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고 오감을 깨워 곤충의 입장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환경복지에 대해 공감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행사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송충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며,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이유 없이 미움받는 불쌍한 존재인 곤충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