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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30 19:20 수정 : 2013.10.30 19:20

사용후핵연료라는 낯선 단어가 일반인의 기억 속에 각인된 것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다. 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이 붕괴되면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고 있던 저장고에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이 바다로 유출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기 20여년 전인 1990년대에 이미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으며, 2000년대 초반 원전 내부 임시저장고에 저장되어 있는 사용후핵연료가 곧 포화된다는 발표가 있었는데도 사람들은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었다.

물론 관련 사고나 사건 이전에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의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을 가지고 있어 결국 두려움을 회피하거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다른 형태의 행동이 발현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은 때로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그동안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출범과 관련해 다양한 갈등이 발생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민단체와 정부, 지역 간, 산업계와 학계 내부에서의 갈등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존하고 있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공론화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공론화위원 15명 중 원전 지역 대표의 비중과 지역특별위원회의 구성, 시민단체의 대표성을 가진 인사의 면면을 볼 때 국민과 함께하려는 의지는 기대해봄 직하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위해 중요한 부분은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이 갈등에 어떻게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분법적인 논의 구조를 벗어나 극단적인 찬성과 반대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조합하여 통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

스웨덴 고틀란드섬에서는 매년 7월이면 정치인과 시민이 함께 어울려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며 토론하는 정치 페스티벌 알메달렌이 열린다. 1968년 7월 시작된 이 축제는 지난 45년간 스웨덴의 사회통합을 이끄는 대표적인 행사로 길거리·카페·잔디광장뿐 아니라 심지어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선상에서도 토론이 진행된다. 특히 이 토론은 개인의 이념에 기반을 둔 찬반토론이 아닌 가능한 대안을 모두 열어두고 수용하는 열린 토론 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라는 소통과 대화의 기회가 통합으로 결론 나기 위해서는 알메달렌 참가자들 같은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갈등이 시작되었을 때 상대를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반대 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바탕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추가로 우리 사회의 높아진 역량을 믿고 민주화된 우리 사회 구조를 반영한 갈등 해소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2003년의 전북 부안 방폐장 사태는 현재까지도 그때의 반목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갈등으로 시간과 비용을 더 낭비할 수는 없다. 갈등으로 갈 것이냐, 통합으로 갈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성과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갈등 해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해주리라 기대해 본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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