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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공공주택갈등관리위원회로 행복주택 문제 풀자 / 남상오 |
사회갈등은 전국 어디에나 존재한다. 적절한 사회갈등은 국가 발전과 사회통합 실현의 에너지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회갈등이 있음으로써 그 사회에 어떠한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는지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켜주기 때문이다. 갈등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그 양상에 따라 사회통합에 역기능이 생기기도 한다. 도심에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행복주택 사업 시범지구 5곳도 여섯달이 지나도록 지구를 지정하지 못하고 표류하면서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이 더욱 멀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공공주택 확대는 최대의 민생 정책이다. 행복주택 사업과 다가구 매입을 합한 연간 11만가구의 공공주택 공급은 현 정부의 선물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합의 사항이다. 이를 위해 계획된 정부의 예산은 셋방살이하는 국민의 몫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이를 지체 없이, 어김없이, 무조건, 또박또박 진행해야 마땅하다. 최근의 전·월세 고공행진으로 셋방살이 서민의 주거불안이 극심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나서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를 하루라도 빨리 공급해야 그나마 숨통이 좀 트일 수 있다.
도심 공공주택 갈등이 지속될 경우 연내 시범지구 지정 및 착공은 어렵게 돼 자칫 행복주택의 추진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공공주택 20만가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이는 집 없는 설움에 침을 뱉는 일이다.
공공주택 공급을 둘러싼 갈등의 일차적 책임은 정부와 엘에이치에 있다. 문제가 됐던 지구 지정 단계에서 주민과 지자체의 소통 부족과 갈등조정 역량 부족이 드러났다. 공공주택 공약 추진에 미온적인 여당이나 서민보다 진영논리를 우선하는 야당, ‘내 지역엔 무조건 안 된다’는 지역 님비(NIMBY) 모두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 제공자다.
서민의 주거복지 실현이나 사회통합 측면에서 볼 때 도심 공공주택 갈등이 더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시간도 많지 않다. 정부와 엘에이치가 갈등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문제는 최소한의 대화 채널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갈등의 당사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주장하는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조정이나 타협 등 문제 해결의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공주택 사업을 위한 국가 수준의 사회 거버넌스를 제도화하는 일이다. 곧 정부와 지자체 고위 인사, 주민 대표, 시민사회, 전문가 등을 포괄하는 대화 채널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주요 의제에 대한 자문 및 권고의 위상을 높이고 국책 사업의 갈등을 관리하는 국무조정실에 위원회를 두고 운영하면 상시적인 협의와 실효성 있는 대안 제시가 가능해지고 공공주택 공급의 추진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거버넌스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갈등을 관리하는 도시 분야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공공주택 갈등 해결의 또다른 해법은 정부와 공기업 등이 주거안정을 간절히 바라는 무주택 서민들로부터 지지와 성원을 얻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과 같이 호흡하는 주거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성찰적 자세가 요구된다. 정책의 1순위도 가난한 사람들이 편리하고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에 두도록 더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공공주택에 실제 들어가 살 대상의 정책 접근성 제고 등 참여 증진을 위한 방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정부의 통치능력은 예전처럼 경직된 법적·제도적 권한과 같은 형식적 권력보다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치적 능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지배권력을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의 소통과 협치를 통해 정책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협의권력을 행사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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