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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제로에너지 주택이 왜 필요한가? / 김성환 |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초 친분이 있는 기자로부터 문자 한통이 왔다. “여름철 서울시청 기자실 실내 온도가 32도까지 올라간 건 처음”이라는 문구와 함께 실내 온도가 표시된 사진까지 보내왔다. 전면 유리로 지어진 서울시 신청사는 직사광선이 그대로 흡수되어 실내 온도가 외부 온도보다 더 높다. 반대로 겨울철은 너무 춥다. 단열에 비중을 두지 않고 미관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과 빌딩 등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5%를 차지한다. 건물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데에는 값싼 전기요금과 열 손실이 많은 주택 구조가 한몫하고 있다.
요즘 세계 각국은 녹색건축 분야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자원 고갈에 대비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미래 성장동력으로 녹색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유럽·미국 등 선진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패시브 하우스(에너지 낭비를 막는 주택) 1만가구를 지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 들어선 패시브 하우스는 영하 15도의 한파에서도 실내 온도 24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난방비가 월 2만5000원이다. 패시브 기술과 액티브 기술을 활용한 녹색건축 기술 덕분이다. 이제 건축 분야에서 신재생에너지 활용은 머나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녹색건축의 대표 격인 영국의 베드제드를 보려고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주민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매월 한번만 공개할 정도로 기후변화 대응의 명소가 됐다고 하니, 녹색건축물이야말로 신음하는 지구를 살리는 대안이다.
한국은 어떤가.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장기 전략으로 채택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3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25년 신규 주택에 한하여 제로에너지 성능 확보를 의무화하는 국가 로드맵을 계획하고 있다.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녹색건축 기술은 민간 투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산발적으로 개발된 기술은 민간 기업의 자산으로 서로 공유할 수 없다. 현재 기술로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줄인 주택을 지으려면 건축비가 1.5배가량 늘어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험용 주택 말고 실제 거주하는 에너지 절약형 주택단지 하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때마침 노원구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예산 240억원을 지원받아 2016년까지 노원구 하계동에 ‘제로에너지 주택 실증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7층 3개 동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도시형 타운하우스 112가구를 짓는다. 벽면 두께를 50㎝ 이상으로 하는 초에너지절약 기술을 적용하여 전체 에너지의 50%를 절감한다. 그리고 나머지 50%의 에너지는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충당하여 ‘화석에너지 제로’ 주택단지를 만든다. 제로에너지 주택이 노원구에 건립되면 굳이 영국까지 갈 필요 없이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느끼며 녹색혁명에 동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올해 지구온난화의 마지노선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돌파했다. 현시대에 가장 시급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일. 제로에너지 주택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김성환 노원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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