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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지방재정 수난시대 / 이민원 |
지난 7월22일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취득세 영구 인하 조처를 발표하자 필자를 포함한 지방분권과 자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학자들과 운동가들 그리고 전국의 시·도지사들은 맹렬히 반대하였다. 지방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취득세의 인하는 지방재정을 붕괴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취득세 영구 인하 조처로 지방재정을 흔들어 놓은 지 두달이 조금 지난 9월25일, 정부는 대안 조처로 향후 단계적으로 지방세를 6%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한 국고 보조율 10% 인상 등을 발표했다. 그러자 시·도지사들이 일제히 그 규모의 터무니없음을 들어 심각하게 반발하였다. 강력한 반대에도 정부의 전향적 반응은 없었다. 오히려 당시 순차적으로 인하하겠다던 방침을 바꾸어 연내에 실천하겠다고 부르대는 오만함만이 최근의 뉴스를 통해 전해진다.
지방재정과 관련한 행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방재정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지자체와 상의 없이 무시로 자행하는 것이다. 9·25 조치에서도 지방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지방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정책이 어떻게 지방재정의 주체인 자치단체와 심도 있는 대화와 합의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인가. 자치단체의 재정을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듯 지방재정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은 지방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고, 그 대안은 지방재정을 충분히 보장해야 하며 지방재정에 끼친 손해를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
정부의 대책은 지방재정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가. 정부의 계획은 현재 5%인 지방소비세를 11%로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취득세가 지방세의 절반을 차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16%까지 인상해야 한다. 16%까지 끌어올린다 해도 현 수준의 지방재정을 유지하는 정도에 머물 뿐이어서 지방재정 확충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30%까지는 가야 한다. 이때 지역 간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으니 지방재정조정제도를 통해 보완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번 조처 중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한 국고 보조율을 현재 50%에서 10% 올려 60%로 정함도 충분하지 않다. 영유아 무상보육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다. 따라서 당연히 소요되는 재원 모두를 지방으로 이양함이 옳지 않은가. 지방재정의 건전성이 확립되려면 수입과 지출, 하는 일과 필요한 돈 그리고 책임과 권한이 일치해야 한다. 왜 필요한 돈의 일부만 주면서 책임은 몽땅 지방에 뒤집어씌우는 정책으로 지방을 괴롭히려 하는가.
최근 일련의 정부 정책은 지방자치의 핵심인 자주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중앙정부의 부유계층 우대라는 편향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지방재정을 붕괴시키는 중앙집권적 행태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지방세의 절반을 차지하는 부동산취득세를 비정상적으로 인하한 조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구조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색내기에만 바쁘다. 돈 많이 따왔다고 자랑하는 국회의원들은 지방재정부터 지켜라.
이민원 참여정부 국가균형발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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