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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11 19:11 수정 : 2013.11.11 19:11

이제까지 서방인에게 각인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미지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권위주의적 통치자이다. 유도로 단련된 근육질과 호랑이 잡고 전투기 몰며 기업가를 호통치는 푸틴. 그는 의회·사법부·언론까지 몽땅 손아귀에 넣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현대판 차르이다. “‘강한 러시아’ 건설 목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는 나밖에 없다”며 두마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군중을 무자비하게 몰아치면서 3선 가도를 독주한 독재자의 화신이다. 그런 그를 평화주의자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지(G)20 정상회의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오바마와 푸틴이 시리아 문제를 놓고 외교적 진검승부를 했다. 시리아 공습을 준비해온 오바마와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푸틴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외교 혈전이었다. 결과는 푸틴의 완승이었다. 푸틴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를 이끌어내는 외교적 수완까지 발휘했다. 하마터면 제2의 이라크 재앙으로 비화될 뻔한 시리아 사태는 평화적 해결의 전기를 맞는 셈이다. 마침내 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2013년도 인물로 부상했다.

푸틴은 이라크 사태, 시리아 및 북핵 문제에 이르는 국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해왔다.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공격의 빌미를 찾을 때도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를 뒤이은 박근혜 정부는 단절된 남북 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개성공단 문제는 진통 끝에 수습되었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됨으로써 한반도의 핵문제 해결과 관계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남북한 신뢰프로세스를 표방하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평화주의자 푸틴의 방한은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

푸틴의 방한은 우리에게 두 가지 의미를 시사한다. 첫째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다. 푸틴이 북핵 해법으로 제안한 것은 바로 ‘일괄타결안’이다. 북한의 핵 포기와 관련국의 대북 경제 지원, 정권 보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남북한 종단철도~시베리아 횡단철도(TKR-TSR) 연결, 러시아 가스관의 북한 통과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로 다소 진화·변형되어 실무 차원의 접점을 모색중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푸틴은 2차 남북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주선한 바 있다. 러시아 극동 지역을 포함한 제3의 지대에서다. 그러나 우리 쪽 사정으로 무산되었다.

둘째는 유럽·아시아 간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교류 및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푸틴은 집권 초기부터 옛 소련권을 재규합하는 ‘유라시아 연합’을 추진했고 집권 3기로 접어들면서 연대의 범위를 아시아 지역으로 넓히고 있다. 지난해 극동개발부 신설 및 블라디보스토크 아펙(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본격적인 동방 정책을 추진중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 구상’을 내놓았다. 따라서 두 나라 정상의 만남은 푸틴·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카드라는 그랜드플랜의 접점이 될 수 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는 전방위적인 디지털 외교가 대세다. 요체는 바로 신뢰의 문제다. 푸틴이 영향력 1위로 부상한 것은 개인 능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때 슈퍼파워로서 지구의 반을 호령했던 러시아의 저력도 작용한 것이다. 양국 간 신뢰 구축은 결과 못지않게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그의 방한이 한반도에 평화를 선물할지 여부는 우리 쪽의 태도에 달렸다. 이번 방한이 러시아와 푸틴의 저력을 제대로 평가해 얼어붙은 남북한 관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종수 글로벌경제평화연구소 이사장·전 러시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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