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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국민참여로 국가예산 허투루 못 쓰게 해야 / 채이배 |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타당성 없다’고 판단한 23개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재정 11조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수조원의 혈세가 낭비된 용인 경전철 사업 같은 곳이 23개가 더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 사업들에 설계비 등 3300억원이 투입되었다. 그런데 사업 타당성이 없는데도 사업이 시작되었으므로 계속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산 낭비의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편성한 2014년도 예산안을 검토한 결과, 도보여행길 조성이 대표적인 중복 예산 사업으로 나타났다. 걷기 열풍으로 국토교통부·안전행정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산림청·해양수산부까지 6곳의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경쟁적으로 걷는 길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녹색연합이 관련 사업의 현장을 직접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같은 노선에 다른 명칭으로 사업이 진행되거나 이미 민간이나 지자체가 만든 길에 사업을 추진하는 등 사업이 중복 진행되고 있다.
또 지나친 정책 홍보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이번 여름 전력 부족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수년 전부터 ‘절전’이란 단어에 국민의 눈과 귀가 시달렸는데 이러한 홍보 사업에 2011년 249억원, 2012년 261억원, 2013년 178억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이름도 다양하게 에너지 정책 홍보, 에너지 절약 홍보, 전력수요 관리 홍보, 원자력 대국민 홍보, 전력시장 조성 홍보, 방사성폐기물 홍보, 원자력에너지 홍보 등으로 예산이 지출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당 사업에 직접 재정을 투입하거나(재정지출)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자에게 걷어야 할 세금을 깎아주는(조세지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재정지출과 조세지출이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정부는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투자 기업에 공장 부지를 0~1%의 임대료를 받고 임대하거나 시설투자 금액의 일부를 지원해준다. 또 외국인투자 기업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법인세나 취·등록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간 이러한 외국인투자 기업의 재정 지원액과 국세 감면액은 각각 3조9000억원, 1조1000억원으로 총 5조원에 이른다. 또 정부는 에너지 절약 시설을 설치하는 기업에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거나 은행 대출금의 이자를 일부 지원해주고 있다. 그런데 기업이 에너지 절약 시설을 설치하면 그 투자 금액의 10%를 세액공제해준다. 대략 100억원의 시설을 설치하는 기업은 정부로부터 약 22억원의 이자 감면(재정지출)과 세액공제(조세지출) 지원을 받게 된다. 결국 기업은 자신의 필요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투자액의 22%를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이러한 혜택은 중소기업보다는 전력 등 에너지 소모가 많은 대기업이 대부분 누리고 있다.
이러한 예산 낭비 사례를 찾아내고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낭비성 예산을 삭감하기 위한 시민단체들의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가 할 일을 시민단체들이 대신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선거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예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도 지금 당장은 우리 동네에 많은 돈이 쓰이는 사업이 있다고 해서 좋아할 일은 아니다. 그 돈은 우리 세금이고, 허투루 쓰인다면 내가 또는 내 자녀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산 낭비를 막고자 국민 참여를 위한 온라인 투표(bit.ly/1dRtV3A)와 13일 국회에서 오프라인 투표(만민공동회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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