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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18 19:07 수정 : 2013.11.18 19:07

인터넷 게임을 술·마약·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싶어하는 분들께, 별로 배운 것 없고 인생 경험도 부족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달 월세를 걱정하며 사는 음악가가 한말씀 드립니다.

본시 중독(中毒)이란 독의 한가운데 있음이니, 독을 앞에 둔 사람처럼 피할 수도 없고 음독 후처럼 후회하고 반성할 수도 없는 설상가상의 상황이요, 독의 늪에서 자기를 잃은 채 허우적거리는 끔찍한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니 사랑, 공부, 심지어 선행조차도 최선은 하되 중독은 되지 말아야 옳겠습니다.

인터넷 게임 중에는 분명 도박처럼 요행을 바라게 하고 일확천금을 꿈꾸게 하는 것이 있고, 술이나 마약과 같이 명료한 의식을 빼앗아 장애를 일으키는 것도 있습니다. 한가지 슬픈 사실은 술, 마약, 도박은 소위 ‘어른들의 중독물질’인데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게임에도 비슷한 특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학원-야간 자율학습-독서실, 교과서-학습지-문제집-인터넷 강의로 이어지는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날들의 연속, 교육을 빙자한 ‘인간 하향평준화의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고통받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인터넷 게임은 국부마취 효과를 주고 있으니 이것은 어른에게 술과 같습니다. 나아가 현실에서 날지 못하는 하늘을 날고 얻지 못할 쾌감을 얻게 하니 이는 일시적으로 정신을 현실로부터 도피시키는 마약과 같고, 대입 시험을 망치면 인생이 끝난다고 협박당해온 젊은이들이 요행과 운을 좇아 도박성 짙은 인터넷 게임에 빠지는 건 놀랄 일이 아닙니다. 결국 문제는 (인터넷이 아니고) 인생을 자기완성의 여정이 아닌 도박판으로 인식하게 만든 현실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시민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국가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네 가지 독에 직면해 있으며 이 맹독에 비하면 인터넷 게임 중독 따위는 새 발의 피도 되지 않습니다.

첫번째 맹독은 ‘광신’이라는 독으로, 이는 이야기의 옳고 그름을 알아보지 않고 출처의 지위를 바탕으로 믿고 광신에 빠지는 파시즘입니다. 모 기업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느니, 모 정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느니 하는 미신에서 빨리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두번째 맹독은 ‘제어’라는 독으로, 인간도 양떼처럼 몰고 부릴 수 있다고 믿고 사람을 짐승처럼 다루고 기만하는 망상입니다. 사람은 벽 때문에 길을 포기하거나 채찍이 무서워 때리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은 고통과 희생을 무릅쓰고 자신의 의지가 뿜어내는 빛을 따라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세번째 맹독은 ‘권력’이란 독이니, 더 많은 돈을 갖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르면 더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거라고 여기는 심각한 정신착란입니다. 책임과 헌신에 중독되어도 부족한 위치에 있는 자들이 성찰하기는커녕 지위가 가져다주는 권력에 일찍부터 중독되어 더 높은 지위와 재물을 추구하니 사리를 분별하고 원칙을 지키는 자들만 손해를 보며 외톨이가 되고 있습니다.

네번째 맹독은 ‘전화기’의 중독입니다. 책 읽고 사색하며 글 쓰고 산책하는 것으로 대표되는, 지난 수천년간 이어져 온 정신 성숙의 방법이 역사가 10년도 안 되는 스마트폰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를 만들고 정비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시민 모두의 안녕을 해치는 ‘4대 맹독’을 경계하여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지미 스트레인 인디음악가·원맨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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