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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25 19:10 수정 : 2013.11.25 19:10

‘중독의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인터넷게임 중독이 포함되어야 하느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도박 중독 및 인터넷게임 중독 등에 대해 국가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예방·치료·관리하도록 규정한다.

11월15일치 <한겨레>에 “게임중독법 신중해야 한다”는 정신의학과 교수의 ‘시론’이 실렸다. 게임의 긍정적 측면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게임 중독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기고문의 주장 중 일부가 명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거나 논리적 비약의 오류를 범하고 있어 이 법안을 이해하는 데 적절치 못한 근거로 사용될 우려가 있기에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기고문에서는 첫째, “최근의 국제학회에서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 몇명이 인터넷게임 문제를 병 혹은 장애로 단정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지적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최신 학술대회의 견해를 소개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가 소규모 토론에서 언급한 내용을 과장하여 국제적 추세인 것처럼 소개하는 것은 국민에게 오해를 심어줄 수 있다. 특히 이 워크숍에 토론자로 나선 사람은 게임업계에서 후원한 비용으로 게임과몰입상담센터를 운영하는 한국의 대학병원 의사였다. 학계에선 이해관계 공개가 최우선의 원칙인데, 기고문에서 이를 밝히지 않은 것은 중요한 문제다. 게다가 현재 국제적인 추세는 도박 중독을 포함해 행위 중독을 물질 중독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게임 중독(인터넷게임 장애)을 공식 진단으로 적극 고려하는 방향이다.

둘째,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인터넷게임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쉽게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도 실제로는 알코올 사용 장애로 표시된다. 그러니 중독이 아니어서 게임 장애로 명명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인터넷게임 중독은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진단 기준이 부족하고 쓰이는 용어가 다양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도박 중독을 비롯한 다른 중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박 중독의 경우 병적 도박, 문제성 도박, 강박적 도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엄연히 존재하는 건강 위험요인으로서의 인터넷게임 중독을 진단 기준의 합의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예방과 치료를 위한 법률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셋째, 게임 문제로 병원을 찾아오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게임이 일차적 원인이라기보다는 우울, 불안, 학교 적응의 문제나 부모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출구 혹은 결과물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게임 중독을 법제화하여 접근하는 방식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이 기고문은 주장했다. 그렇다. 우울해서 게임하고 게임해서 우울해진다. 불행해서 게임에 잘 빠지고 게임에 빠져서 또 불행해진다. 모든 중독의 바닥에는 많은 다른 문제가 있다.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을 포함해 모든 중독은 다양하게 공존하는 정신병리를 가진다. 그래서 중독 치료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중독과 공존하는 정신병리를 함께 치료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통합적 관리가 중요하다.

게임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이니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이해하기로 이 법은 게임산업을 건강하게 육성하고 지원하되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예방하자는 뜻에서 발의된 법이다.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우리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한다는 면에서는 분명 같은 마음일 것이다. 국민건강의 관점에서 공정한 토론을 통해 이 법이 합리적 방향으로 입법화하기를 기대한다.

신영철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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