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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02 19:11 수정 : 2013.12.02 19:11

지난해 겨울 저는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여느 겨울 흔히 일어나는 일처럼 빙판길에 살짝 넘어졌는데 도무지 일어설 수가 없는 것입니다. 주변의 부축을 받아 그대로 병원에 갔더니, 허리에 골절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이름조차 생소한 척추압박 골절이라 했고 관리를 잘못하면 뼈가 계속 부러져 죽을 수도 있다 하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이처럼 황당한 일이 생긴 건 처음 들어보는 골감소증이라는 질환 때문이라고 합니다. 골감소증으로 뼈가 약해져 있는데 작은 충격을 가해 뼈가 그대로 부러진 것입니다. 제가 몰랐던 것이지 골감소증은 평소 증상이 없는 탓에 대부분 본인 상태를 모르고 지내다 이런 큰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하네요. 이 사고로 없는 살림에 적금을 깨 수술도 받고, 지금도 수술 부위가 욱신거리지만 맞벌이가 아니면 힘든 살림이기에 꾹 참고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의 삶입니다. 이번 일이야 어떻게든 넘겼지만 같은 일이 또 있을까 겁이 납니다. 길에서 살짝 삐끗하는 일이야 흔히 발생할 수 있는데, 아무리 조심해도 한번쯤은 또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또 골절이 발생하면 또 큰 사고로 이어질 텐데, 앞으로 수십년 남은 제 인생이 얼마나 더 피폐해질지 생각만 해도 너무 두렵고 끔찍합니다.

이렇게 심각한 질환인데도 병원에서는 뼈 상태를 진단하는 기준에서 골다공증이라는 판정을 받지 않으면, 뼈를 강화해주는 약제에 대해서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뼈가 튼튼해져야 골감소증이 골다공증으로 발전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방치하다가는 끔찍한 골절을 다시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집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골감소증 치료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저처럼 골절을 경험하여 골절 위험이 높은 골감소증 환자의 뼈 상태를 개선해줄 수 있는 치료제가 떡하니 있다는 점입니다. 치료제가 있어도 질환이 악화되어 골다공증 진단을 기다려야 하는 심정,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겁니다.

보도를 찾아보니 골감소증은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50대 여성의 절반 이상이 앓고 있는 질환이라고 합니다. 심각한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약제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모두 줄 수 없겠지만 저와 같이 언제 골절 위험이 올지 모르는 골감소증 환자의 고통과 불안감을 이해하고, 이 환자들에게만이라도 정부에서 치료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인정옥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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