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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공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신하는 신하다워야” / 김성진 |
나는 당신을 대통령이라는 공무원으로 알고 있소. 사실 나는 평소 사람들이 덕을 실천하는 것보다 색(色)을 좋아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왔는데, 당신이 대한민국과 결혼하였다는 얘기를 듣고는 당신이 내 말에 마음을 열 것을 기대하게 되었소. 내가 읽은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소(1조 2항). 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구려(7조 1항). 그러니 국민이 왕이고, 당신은 정치를 맡은 신하인 것이오. 예전에 한 왕이 묻기에, 신하가 임금을 섬김에는 충성과 진심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소(사군이충·事君以忠). 이처럼 당신이 대통령으로서 성공하는 길은 바로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을 양심에 따라 충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라오.
내가 정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정명(正名), 곧 이름을 바로 세우는 것이오. 쉽게 말해 ‘신하라면 그 자격을 갖추고 신하답게 행해야 한다’는 것이오. 신하가 신하 자격이 있다는 것이 인정되면 신하의 말이 바로 서고, 말이 바로 서야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오. 당신이 선출된 선거에서 국가정보원 공무원들이 떼를 지어 당신의 당선에 도움을 주는 행위를 했다고 하오. 이에 당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 다수가 그 선거개입의 실상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소.
그런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했소. 선거법 위반 혐의를 빼기 위해 법무부가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고, 그 압력에 고개 숙이지 않는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수사에서 배제시킨 것이오. 뒤이어 국방부 군인들과 보훈처 공무원들도 부정선거에 나섰다는 것이 드러났소. 이는 모두 헌법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오(5조 2항, 7조 2항). 국민은 이 모든 부정선거의 실체를 알아야 할 자격이 있소. 국민은 주권자이므로, 신하가 왕을 섬김에는 속임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오. 진상을 밝혀 이러한 잘못이 다시는 없도록 하여야 하오.
정치는 바르게 만드는 것이오. 대통령은 높고 귀한 공직이니, 자신감을 가지시오. 당신이 솔선해서 바르게 한다면 누가 감히 바르게 하지 않을 수 있겠소. 나는 ‘부귀는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올바른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면 거기에 머무르지 말라’고 했소. 당신은 ‘대통령 자리를 부정선거 덕으로 얻은 것이 아니니 당연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소? 국민을 섬김에 충심으로 한다는 말대로 그 생각이 진실된 양심이고 충심이라면 그대로 국민에게 보여 주시오. 내심을 다시 살펴보아도 잘못이 없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소. 그렇게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다 밝히고 당당하게 대통령으로서의 이름을 바르게 하시오. 지금 드러난 부정 사례뿐인지, 아니면 더 있는지 밝히는 것이 바른 정치 아니겠소. 그리고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 하였소. 그러니 당신 눈치를 보지 않고 바르게 수사할 수 있는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것이 ‘바르게 하는 정치’ 아니겠소.
당신을 효녀라며, 당신의 정치에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소. 내가 ‘3년간은 아버지가 걷던 길을 바꾸지 않아야 효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가풍을 지키라는 것이지, 아버지의 생각과 방식 그대로 3년간 나라를 운영하라는 것이 아님을 잘 알 것이오. 진정한 효도는 아버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오. 아버지의 불통과 고집과 같은 잘못은 부디 극복하여 주시오.
마지막으로 한마디. 만일 한 나라의 권력자가 ‘모두가 내 말을 순순히 따르니까 즐겁다’는 말을 한다면 그가 맡은 나라는 망하게 된다고 했소. 부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 국민을 살리는 대통령이 되어 주시오. 그것이 국민 모두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오.
김성진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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