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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2 17:28 수정 : 2005.09.02 17:28

왜냐면 - 반론 정혜교씨의 ‘여성 의무군복무 반대한다’를 읽고

`여성의 의무군복무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라는 원론적인 얘기에서 `여성이 모든 국민이 지는 국방의 의무 중 어느 부분을 담당해야 하느냐’의 방법론 얘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지난달 30일 ‘여성 의무군복무 반대한다’라는 글을 읽었다.

그 글의 논점은 ‘남성의 피해의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에게 의무 군복무를 부과하려는 주장은 무리’라는 것이다. ‘피해의식’이라는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피해의식’이란 단어는 내가 알기론 약자가 강자에게 느낄 때 사용하는 낱말이다. 그럼 여성이 강자? 30일치 글에 대한 반박의 근거 중, 첫째, 여성의 의무 군복무는 신체상의 다른 점을 차치하더라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텔레비전이나 각종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내용을 봐도 많은 여성들이 군대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점점 여성 군인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있다.

물론 그것은 ‘의무’가 아닌 ‘지원’의 형태이고, 남성보다 편한 보직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그들도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이 아닌가? 그들은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인가?

그리고 미국·이스라엘·북한 등의 나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들도 충분히 군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중 상당수의 병력이 여성이라는 점도 우리는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일부 여성들이 주장하는 ‘출산=군복무’라는 등식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다. 누가 그런 어이없는 생각을 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자유와 의무’를 구분 못하는 주장이다.

얼마 전, 기사로도 나왔듯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 급감과 노령화 진전으로 우리나라 인구 중 노인층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청소년층의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성들이 2명씩 의무 출산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여성들이 의무 군복무를 해야 하는가?

셋째, ‘힘쓰는 일은 남자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 전세계적 관습법이면 ‘힘 안 쓰는 일은 여자가 해야 된다’는 발상도 역시 관습법이다. 그러나 이제 사회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평등한 사회로 아직 모자라지만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전세계적인 관습법은 여러 나라에서 깨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여성이 중장비를 모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얼마 전 기사에도 나왔듯이 큰 선박을 휘저으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식의 생각 자체가 남녀평등을 역설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다.

넷째, 남녀의 생래적인 차이가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다. 생래적 차이의 대표적인 예가 ‘생리 휴가’다. 내가 알기론 ‘생리 휴가’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외 2개국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생래적인 불평등과 사회적인 불평등은 구분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성들의 ‘여성 의무군복무 주장’은 상대적인 피해의식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군대로 탈바꿈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이다. 군대는 남성문화가 지배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많이 유입하면 그 문화는 사회와 같이 좀더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문화로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고정관념이 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성의 의무 군복무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라는 원론적인 얘기에서 ‘여성이 모든 국민이 지는 국방의 의무 중 어느 부분을 담당해야 하느냐’의 방법론 얘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나는 그것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평등을 이룩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곽면승/한국외국어대학교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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