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1.06 19:04 수정 : 2014.01.06 19:04

결국 새로운 쌀 목표가격은 18만8000원으로 결정됐다. 이명박 정부의 농업선진화방안 이후 본격화된 개방농정 기조와 살농정책 전략이 함축된 목표치다.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농정의 고삐를 더 틀어쥐려는 강력한 신호다.

이대로면 올해도 수확기 산지쌀값이 17만6062원 이상이면 변동직불금은 단 한푼도 지급되지 않는다. 지난 2012년, 2013년과 마찬가지로 변동직불금 예산은 전액 불용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농정 당국은 수확기 산지쌀값을 17만3000~17만4000원 선에서 책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농민을 상대로 또 한번 기만적인 허수 숫자놀음을 저지른 셈이다. 물론 목표가격 인상이 만사는 아니다. 설사 농민들의 요구대로 물가인상과 생산비가 반영된 합리적인 쌀 목표가격이 결정된다 한들 농업의 구조적 난제는 풀리지 않는다. 농민들의 만성적인 민생고도 그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농업과 농민은 밖으로는, 무차별적인 자유무역협정으로 쓰나미 같은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안으로는 늙고 병든 농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농업선진화방안, 박근혜 정부의 창조농업에서 겁박하는 농업 생산력과 부가가치 제고, 국제경쟁력 창출은 고사하고, 제 가계와 가족 하나 가누고 보듬을 힘조차 없다.

정글 같은 오늘날의 자유무역시대에 맞서 싸울 상대는 무지막지하게도 5대 곡물메이저를 비롯한 초국적 자본이다. 평균 농지 1.5㏊, 농업소득 800만원의 우리 중소농들의 처지로 이들에 맞서 식량주권을 지켜낼 승산은 전무하다.

그렇다고 농업은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가의 기간산업이고 생명산업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와 자동차를 조리해서 먹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휴대전화와 자동차를 아무리 많이 내다팔아도 곡물메이저가, 초국적 자본이, 세계열강이 쌀과 밀가루를 내주지 않는다면 바꿔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교통, 에너지, 보건의료, 교육, 주택 등처럼 국가경제의 사활에 영향을 끼치는 산업이 농업이다. 따라서 농지, 생산기반시설, 농기업 등 농업인프라를 국유화·공유화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로지 기업농이든, 중소농이든 무한경쟁의 민간시장에 농업의 운명을 떠맡기는 건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는 경고와 교훈도 이미 주변에 넘친다.

국가 기간산업 농업을 살리자면 당연히 국가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일찍이 농민단체와 진보정당에서는 국가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농업과 농민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을 공공산업으로 법제화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가령 ‘국가 기간산업인 농업에 복무하며 식량주권 지키는 농민에 대해 준공무원 대우를 하고 월급여를 지급하는 일종의 국가책임 공익농민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농업과 농민의 사회적 지위향상, 신규농업인력 유입, 소득안정 등의 정책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농업의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다원적 가치는 사회공익 행위로서 존중되고 대접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최근 스위스에서는 모든 성인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기본소득제’ 국민발의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취업 여부나 소득 수준 등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기본소득을 국가가 지급하자는 것이다.

우리도 이른바 ‘공익농민 기본소득제’를 공론의 장에서 더불어 토론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천의 선행조건으로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농업의 공익적 다원기능 법제화, 식량자급률 법제화, 농지 공개념화 등이 더불어 거론되어야 한다.

정기석 정의당 국회정책연구위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