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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08 19:12 수정 : 2014.01.08 19:12

도대체 몇번째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난해 초 금연한다고 공언했던 친구 ㄱ은 두어달 만에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얘기는 만날 때마다 이골이 나게 해주건만, 어지간히 독한 사람이어야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모양이다. 이는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의 2011년도 보건소 금연클리닉 사업 추진현황을 보면 실제 금연을 위해 보건소를 찾았지만 금연에 실패한 비율은 2011년도 기준 45.4%였다. 금연을 결심한 사람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실패한 셈이다.

최근 다시 만난 ㄱ은 이번엔 전자담배로 바꿨다며, 금연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전자담배로 바꾸면 해로운 물질에 덜 노출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제는 전자담배, 무연담배 등 “조금은 덜 해로울 것”이라는 기대로 선택하는 신형담배가 실제로 덜 해로운지 정확히 확인할 길이 없다는 데 있다.

담배의 유해성분이 실제로 줄어든다면 흡연자들에게 그보다 기쁜 소식은 없을 것이다. 담배는 흔히 폐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담배 연기 속의 약 4000종의 독성 화학물질이 폐를 통해 흡수된 후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에 폐암뿐만 아니라, 건선, 백내장, 주름, 각종 암, 충치, 헬리코박터, 골다공증, 위궤양, 유산, 정자변형, 버거병, 산화스트레스, 골밀도 저하 등 거의 모든 장기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입장에선 흡연은 구강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해서, 흡연자에겐 되도록 금연을 권하게 된다. 구강암이란 혀, 입술, 잇몸, 뺨 안쪽 점막 등 구강에 생기는 모든 암을 지칭한다. 흡연하는 40대 이상 성인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지속적으로 하루 한갑 이상 흡연을 한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구강암에 걸릴 확률이 10배 이상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나친 흡연은 인후두암도 발생시키는데 후두암은 초기에 음성 변화가 있어 조기 발견되는 반면, 인두암은 역류성 인후염 등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진행된 상태로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무조건 금연을 권하고 싶지만, 금연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금연을 하고 싶어도 못하니 흡연자들은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담배를 찾게 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전자담배를 포함한 소위 덜 해롭다는 신형담배들의 성분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정확한 검증을 하지 않고 있으니, ‘덜 유해하다더라’는 신형담배 회사의 홍보 및 풍문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일반 소비자의 현실이며, 나 또한 어떤 것이 차라리 낫다고 확신할 수 없어 쉽게 권할 수도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자담배 등 신형담배는 아직도 공산품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안심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런 제품들에 대해 과학적인 검증을 하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때다.

미국은 이미 전자담배 등 신형담배 시장과 그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담배 제품에 대해 관할권을 갖고 건강상의 위험을 감소시킨 ‘유해성완화담배’(MRTP)에 대해서 식품의약청의 승인을 받지 않는 한 특정 담배가 질병의 위험을 줄인 ‘유해성완화담배’라고 주장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유해물질 감소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 금연 정책 마련에 정부 관계자들도 늘 골치 아플 것이다. 금연이 최선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금연 의지가 있어도 번번이 실패하는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임윤성 동국대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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