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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정상화’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김거성 |
요즈음 박근혜 정부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란 표어가 화두로 떠올라 있다. 이를 위해 며칠 전에는 선정된 정상화 과제의 추진 실적을 공개하며, 국민 제안을 접수하는 홈페이지가 개설되기도 하였다.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에 돌리는 것은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마땅한 일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가 ‘지능적’인 형태의 부패 구조로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던 것들이 상당수 언급되어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국민들의 옷을 땀으로 절게 만들었던 원인에 바로 ‘원전 마피아’의 부패 관행이 있었음을 깨닫고 보면,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걸고 전쟁만큼이나 위험한 도박을 통해 사익을 추구해왔던 이곳이야말로 철퇴를 가하지 않으면 안 될 영역임을 확인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공공기관과 사익 단체나 기업의 끈끈한 유착이나 법규의 맹점을 악용하여 퇴직 다음날부터 자신이 통제하던 곳으로 출근하는 재취업 관행, 회전문 인사 등도 제도나 관행 양 측면에서 대수술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감독기관 사람들이 대상 기관으로 옮겨가는 뿌리 깊은 전관예우가 부산저축은행 등의 대형 금융사기 사건들의 피해자들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명시적으로 선정된 10대 분야 80개 과제들 이외에도 행정기관들의 감독 권한을 남용하는 일상적인 관행의 개선 없이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게 될 뿐이다. 국정목표의 진정한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정부 안에서 마땅히 ‘자기 사람 심기’ 식의 특혜채용 관행을 포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제1조는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기념사업회를 설립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지난해 말 임원 임기가 만료된 이후 기념사업회의 후임 임원들이 아직 임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 기념사업회의 업무를 지도·감독하는 관청은 안전행정부로, 이사장과 이사도 안행부 장관이 임면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안행부 장관이 승인한 바 있는 기념사업회 정관, 그리고 이에 따라 제정된 규정 등을 무시하고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기여했다는 까닭으로 특정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 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비정상’의 대표적 사례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이사장은 행정자치부 장관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는 같은 법 부칙 제2조 제3항은 이런 절차가 확립되기 전인 “기념사업회의 최초의 이사장”에 해당될 뿐이다.
지난 대선 논공행상의 일환으로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따라서 기념사업회가 정관, 규정에 따라 합당하게 임원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후보자로 추천한 인사들 가운데서 조속하게 이사장, 이사를 임명하는 것이야말로 정부 내에 진정으로 ‘정상화’를 위한 의지가 있음을 드러내는 신임장이 될 것이다.
김거성 한국투명성기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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