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13 19:10
수정 : 2014.02.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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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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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가 시작됐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처리의사를 밝힌 북한인권법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러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될 전망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과 민주당의 북한인권민생법안은 그 내용면에서 상당한 인식차를 보인다. 전자는 북한 인권 문제의 국내외 공론화, 추후 형사처벌을 위한 증거보존 등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자유권에, 후자는 식량 및 의약품 지원 제도화 등 경제·사회권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상정된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의 법안은 ‘보수단체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북한인권단체 지원이 삭제되고, 인도적 지원 조항이 포함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 조항은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 정부가 지원 제공자임을 알릴 것을 규정하는 등 북한 사람들의 식량권·의료권 개선보다 이들의 생명과 인권을 볼모로 유례없이 비인도적인 게임을 한다는 인상을 준다.
북한의 참혹한 인권상황에 공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 2006년 일본의 납치문제·북조선인권침해문제 대처법 제정으로 북한 인권이 나아졌다고 주장하는 북한 인권 운동가는 아무도 없다. 북한 인권 공론화의 근본적 한계는 북한 내 인권옹호세력 부재에 있다. 소련에서 스탈린 시대에 인권운동은 물론 어떠한 반체제활동도 용납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물론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나, 이는 민주당의 북한인권민생법안에도 언급이 되어 있고, 상징적인 법안 통과보다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더 중요한 사안이다. 한편, 통일연구원의 2013년도 북한인권백서는 탈북자 증언, 위성사진 판독 등을 근거로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의 수용인원이 15만~20만명에서 8만~12만명으로 반감하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이 갑자기 인권친화적으로 변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경제상황, 특히 식량사정이 나아져 정치범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회권 개선이 간접적으로 자유권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때문에 북한 주민 지원을 통한 사회권 증대를 골자로 하는 민주당의 북한인권민생법안이 현재로서는 더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이지만, 보수진영 일부는 이러한 대북지원을 ‘퍼주기’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햇볕정책의 연장선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이러한 인식은 정치공세 측면도 있지만 대북지원의 초점을 너무 북한에만 맞추어 실행한 탓도 크다. 올바른 대북지원이 되려면 남과 북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창조경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혁신과 융복합을 강조하는 창조경제를 북한인권민생법안에 대입할 수는 없을까? 하나의 사례로 공유가치창출을 들고 싶다. 사회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개념인 공유가치창출을 통해 북한을 지원·변화시키는 것이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심각한 에너지난으로 난방도 못하며 추위에 떨고 있다. 부산에 소재한 사회적 기업인 ‘바이맘’이 국내 에너지빈곤층을 위해 적정기술을 이용하여 개발한 실내용 텐트를 사용하면 난방비를 크게 들일 필요 없이 추위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국내의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에서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핍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적정기술을 개발하여 생산한 제품을 정부가 구매하여 북한에 지원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경제·사회권이 향상되는 것과 동시에 남한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모범이 아닌가?
역설적이게도 새누리당이 아닌 민주당의 북한인권민생법안은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며, 민주당은 북한인권민생법안 협상 과정에서 다방면으로 창조경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2500만 북한 주민들의 인권증진을 위해 실현 가능한 일부터라도 추진을 해야 통일 후에 그때 자신들의 인권개선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물음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민 동국대 북한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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