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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공익이 한 말씀 올리옵니다 |
나는 어느 공공기관의 공익근무요원(이하 공익)이다. 새해를 맞아 공익근무요원이라는 명칭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바뀌었다. 사회를 위해 좀더 헌신적인 모습을 바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런 사회에서는 이들을 얼마나 ‘사회적 인간’으로 배려해주고 있을까?
간단히 말하면 모든 의무병들이 그러하듯 사회복무요원은 절대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부분이 현역복무자인 상황에서 나름 애로사항이 있지만 말하면 “넌 공익이잖아. 집밥 먹잖아. 사회에 있잖아” 등의 말들로 흔히 무시되기 십상이다. 애로사항을 병무청에 말하면 “다들 힘드니 좀더 견디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성의 없는 답변뿐이다. 그렇다면 같이 일하는 공무원은? 굳건한 ‘갑’의 자세를 보여주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어디에 외쳐도 알아줄 곳은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공익의 문제는 개인의 사회적 고립감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예로 막 부서에 배치된 공익의 첫 월급은 11만2500원이다. 여기에 밥값 6000원, 교통비는 기본급 편도 때 2200원에서 상황에 맞게 지급된다. 이 액수를 보면 공익요원의 상황은 그가 속한 가정에 전가됨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이 퍼지면서 핸드폰 요금은 미친듯 치솟아 5만원, 6만원은 기본이다. 게다가 식당가에서 보면 밥값 5000~6000원 하는 곳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친구 같은 경우는 강남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는데 그나마 저렴한 구내식당도 없고 근처의 밥값은 6000원이 시작이요 7000원이 대다수라고 한다. 결국 1시간이지만 교대라는 명분하에 30분으로 쪼개지는 점심시간에 돈에 쪼들려 찾게 되는 곳은 편의점 혹은 패스트푸드점이다. 근무지가 집 근처가 아니라면, 결국 수하에 남는 돈은 많아야 십만원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본급 빼고는 출근을 해야 나온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하루 겨우 풀칠할 수 있는 돈을 주고는 주말까지 생을 영위하라는 것은 공익이 속한 가정에 경제적 책임을 돌리는 것을 뜻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여기서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 왜 사병에게는 피엑스(PX)나 기본적인 생활을 제공하지만 공익은 그 가정에 돌리는 것일까? 이에 대해 병무청에 문의해봤지만 담당직원은 그냥 규정이 그렇다는 대답뿐이었다. 또한 자기계발의 시간이라며 퇴근 후 공부 등을 할 것을 추천하지만, 실제로 토익 등 공인인증시험을 볼 때 군인 할인은 있지만 공익 할인은 없다. 즉, 자기계발에 드는 비용은 개인의 문제로 돌린다. 하지만 집이 풍족하지 않다면 기본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공익의 신분 때문에 몰래 하든지 포기하든지 두 가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에 대해서 누군가는 병무청에서 제공되는 이(e)러닝 사이트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필자도 이를 이용해보려 했지만, 너무 오래된 강의, 부실한 교재들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그래도 필자가 모르는 부분에서 공익에 대한 근무지 내에서의 처우 개선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뉴스를 검색해보았지만, 뜨는 내용은 그저 사회에서 공익에게 책임감을 요하는 말들뿐이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정해진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건 공무원에 따라 전혀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공익생활의 질=담당 공무원’, ‘공익 최대의 적은 북한이 아닌 공무원’이라는 말까지 있겠는가? 본인들의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 다반사이고, 심한 경우는 쌍두문자가 범람하는 것이 현실이다. 병무청과 상위 기관들은 인력 배치 등의 문제, 행정절차상의 문제를 드는데, 그들의 꽉 막힌 틀 속에서 공익들의 인권은 죽어간다.
익명 사회복무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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