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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17 18:32 수정 : 2014.02.17 21:32

90살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일-한 관계의 현상을 타개하는 데 일조가 되면 좋겠다며 방한한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나는 도시샤대학과의 협정대학인 연세대의 교환교수 파견으로 현재 서울에 체류하고 있지만 한국 언론이 무라야마씨의 사흘간 방한을 크게 보도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일본제국의 무조건 항복으로부터 반세기를 맞이한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총리(당시)가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는 과거 일본의 아시아·태평양 여러 국가에 대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세계에 표명한 것으로 일본 정부와 인민에게는 국제공약이다.

나는 지난해 11월 지인과 함께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모임’을 발족시켰다. 왜냐하면 제2차 아베 신조 정권은 극우 야스쿠니 반동세력과 연대해서 무라야마 담화와 옛 일본군 성노예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는 움직임을 강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라야마씨는 지난 12일 한국 국회의원회관에서 행한 강연과 기자회견에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국민적 컨센서스(합의)를 얻고 있으며, 아베씨도 총리대신으로서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씨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양국 현 정권 간 한번도 실현하지 못한 일-한 정상회담에 대해 “서로 흉금을 열어놓고 기탄없는 의견 교환을 하면 개선된다. 하루라도 빨리 정상회담을 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기자들이 “아베 총리는 정치가로서 사실상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베 총리는 최근에도 침략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담화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것이 되는데”라고 질문했듯이 일본 정부와 국민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일본 언론의 질문은?”이라고 사회자는 물었으나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프리랜서이자 도시샤대학 신문학과 교수라고 신분을 밝히고 두가지 질문을 했다. “담화에 반발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극히 일부라고 무라야마씨는 말했지만,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난징대학살, 일본군 성노예, 도쿄재판을 전면 부정하는 다모가미씨에게 20대 젊은이 20여%가 투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국민의 과거 역사에 대한 ‘무지’에 기인한 우경화는 상당히 심각하다. 일본의 젊은이에게 어떻게 담화의 정신을 계승해 가야만 하는가?” “무라아먀 내각 당시 발족해서 일본이 옛 군성노예에 보상금을 지급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으로는 10년 넘게 약 5억6500만엔밖에 모이지 않았다. 한편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구입을 위해 요청한 모금은 수개월 만에 14억엔 이상 모았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할머니들에게 비인도적인 짓을 했다는 공통인식이 없다. 국가가 옛 군성노예에 사죄·보상하지 않음으로써 일본 국민도 무책임하게 된 것은 아닌가? 매사에 우익정치가가 ‘강제’성의 부정 등의 발언을 하는 것은 결과론이지만 무라야마 정권 당시 국가보상을 소홀히 한 것에 기인한 것은 아닌가?”

무라야마씨는 “북한이나 섬을 둘러싼 영토문제도 있어서 위기감을 갖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과거 전쟁의 일은 알지 못한다. 우경화하고 있는 경향은 확실하다. 전쟁을 알지 못하는 것에 원인이 있다. 침략에 의해 아시아 사람들에게 고통, 폐, 손해를 끼친 역사를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에서도 도시가 폭격당하고 특공대에 차출돼 목숨을 허비했다. 저런 전쟁은 안 된다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평화헌법의 소중함을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라야마씨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서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옛 일본군 위안부는) 고령이기 때문에 앞을 생각하면 길지 않다. 살아생전에 사죄하고 명예회복, 보상을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일본 기자클럽 기자는 한국 정부에 일본 정부에 대해 군성노예 보상요구를 결정한 한국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와 관련해 유엔이 몇차례나 일본 정부에 정식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무라야마 총리는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양국은 작은 것을 다투지 않는 우호를”이라고 제언했지만 현재 일-한 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빠진 것은 한국 쪽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아베 정권과 <엔에이치케이>(NHK) 회장·경영진을 포함한 우익문화인이 야기한 중대 문제이다. 현재 아베 정권의 자세로는 한국 쪽이 정상회담을 실현할 리 없다.

무라야마씨는 회견에서 “담화에서는 당연한 것을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당연한 것이 2014년 일본에서는 당연하지 않게 된 것에 문제가 있다. 무라야마씨의 방한을 평가하며 나는 아베 정권의 타도밖에는 동아시아 미래를 열어갈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사노 겐이치 도시샤대학 대학원 미디어학과 교수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모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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