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19 19:19
수정 : 2014.02.19 19:19
대학교 신입생 환영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리조트에서 지붕이 무너져 대학생 10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폭설과 추위 속에 갇혀 사고현장에서는 살려 달라는 학생들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사고현장을 지켜보는 가족들과 대학교 친구들의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진다. 언론들은 “갑자기 많이 내린 폭설로 인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된 천재지변의 전형이다”라며 연일 보도를 쏟아낸다. 정말로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가 천재지변에 의한 재해일까?
이번에도 역시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분별한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 시공에 있었다. 사업주들이 임시 조립식 패널 시공을 선호하는 이유는 시공이 간단하여 값싸고 공간 활용 면에서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의 모든 건설현장 및 물류창고, 종교시설, 학교 강당, 중소형 공장을 지을 때 위험한 조립식 패널 공법이 무차별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이번 경주 사고는 사람을 많이 수용하기 위해 건축물 중간중간 기둥을 생략한 일명 ‘피이비 공법’(PEB·Pre-Engineered Building)을 적용한 시공이었다. 이 공법은 철구조물(Z형강)과 플랜지(접합부위) 및 외벽의 두께를 최소화하여 건물 내부에 중간중간 기둥을 세우지 않아도 되므로 대규모 학생 유치 등 공간 활용 면에서 매우 좋다.
그런데 문제는 공간 효율성은 좋지만 건물 내 천장이 높아 강풍에 의한 횡력과 폭설에 의한 종력 하중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아울러 지붕에 무게가 많이 나가는 각종 설비시설이나 에어컨 실외기를 놓아두는 경우 더욱 지붕의 무게를 증가시켜 붕괴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특정 부위에 좌굴현상이 생기면 샌드위치 패널은 연쇄반응을 하여 종국에는 주변 전체 건물이 도미노식 붕괴가 되는 취약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취약성 때문에 일부에서는 튼튼한 에이치(H)빔 철골형강을 외벽 기둥재로 대신 사용하여 안전하게 조립식 패널 시공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역시 비용의 문제가 있어 업체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그동안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우레탄 폼 원료 사용으로 화재에 취약하다는 문제만 집중 제기되어왔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조립식 건축물의 시공상 구조안전에 대해서는 관련 법 규정조차도 매우 허술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전국의 모든 조립식 건축물들이 정확한 건축법상 시공 매뉴얼이 보급되어 있지 않아 인허가 과정도 없이 매우 허술한 시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전국 대규모 공사현장은 하루 수백~수천명이 이용하는 이동식 함바식당의 경우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되어 있어 하루속히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번 사고의 원흉이었던 ‘피이비 공법’은 학교 체육관 등 공공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곳에 적용된 경우가 많아 시급히 전국적인 ‘정밀구조안전진단’이 필요하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 몇년 동안 무분별한 샌드위치 패널 시공의 안전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이번 경주 붕괴 사고 참사는 결코 천재지변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아니다. 이윤에 눈먼 사업주들과 허술한 행정력이 합작하여 만든 인재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경기활성화와 투자 유치를 위해 풀 수 있는 규제는 모두 풀겠다”고 했는데 안전에 대한 규제조차 풀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종국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국장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