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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24 18:35 수정 : 2014.02.24 18:35

<한겨레>는 최근 ‘대기업에 흐르는 나랏돈’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국가 자원이 중소기업과 중산층, 서민 등 다른 경제 주체에 비해 대기업으로 집중되는 문제를 짚었다. 기사에 따르면 민간기업 보조 연구개발비의 40%와 비과세 감면액의 75%, 공공조달액의 33%, 정책금융기관 금융지원액의 76%가 대기업으로 흐르며, 특히 절반가량을 10대 재벌기업이 가져간다고 한다.

이 중 가히 ‘퍼주기’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돈이 있으니 바로 ‘전력 수요조정 지원금’이다. 2009년에 도입되어 지난해 5월까지 이 명목으로 기업에 지원된 돈은 총 8060억원, 지난해 예산으로 1500억원이 잡혀 있었으니 이제까지 1조원에 가까운 돈이 절전 보조금으로 기업에 지원이 되었다. 이 돈을 지급한 주머니는 개별 수용가의 전기요금에 3.7%씩 부과하여 모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이다.

여러분도 이 돈을 받을 수 있다. 평소에 전기를 아주 많이 쓰면 된다. 계약 전력이 300㎾ 이상인 수용가가 한전과 계약을 맺고 여름과 겨울철 전력 수요가 증가할 때 평소보다 전기를 덜 쓰면 덜 쓰는 만큼, 내는 전기요금의 5배 이상 값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가정용 사용자가 이 돈을 받은 예는 없다. 현재 계약전력이 300㎾ 이상인 기업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당 56.1원에서 196.6원의 요금을 낸다. 그러나 한전과 약정한 뒤 전력 수요가 몰리는 여름과 겨울철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당 640원에서 최대 780원을 지원받는다. 기업이 정상 조업을 하지 못해 볼 수 있는 손해를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달에 사용하고 낸 전기요금보다 수요조정 지원금으로 받은 돈이 더 많은 기업도 있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시장에서 어떤 물건이 귀해지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줄어드는 게 이치다. 그 물건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면 사는 양을 줄이고 며칠 뒤 다시 가격이 내리면 구입하는 식으로 스스로 수요를 조정할 것이다. 세상에 어떤 기업이 자기가 가진 능력껏 제품을 만들어냈는데도 수요가 많아져 미처 사지 못했다고 고객에게 물건값의 5배 이상으로 보상을 해준단 말인가?

실상은 이렇다. 8월 중하순 첨두부하 시기에 전기를 덜 쓰겠다고 한전과 계약을 맺은 뒤 그 무렵 직원들을 휴가 보내고 조업을 줄인다. 기업에서는 꿩 먹고 알도 먹는 셈이다. 이렇듯 연구개발 지원이나 정부조달 등은 써야 할 돈이지만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전력 수요조정 지원금은 안 줘도 될 돈을 나눠주니 진정한 ‘퍼주기’라는 것이다.

올여름에도 정부는 정부청사의 냉방기 온도를 높게 설정하고 계단의 불을 끄며 국민들에게 절전을 요구할 것이다. 다른 한편 전력 다소비 대기업에서는 직원들을 휴가 보내며 전기요금의 5배가 넘는 전력 수요조정 지원금을 타 갈 것이다. 말로는 시장경제를 부르짖으며 언제까지 이런 얼토당토않은 짓을 계속할 텐가?

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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