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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24 18:35 수정 : 2014.02.24 18:35

연구개발 보조금이 대기업에 지원되고 있는 데 대한 <한겨레>의 비판 기사(2월4일치 4·5면)는 지난 2년간 산업부의 국가 연구개발을 기획하고 자문하는 민간전문가인 산업아르앤디(R&D) 피디(PD)로서 매우 당혹스럽다. ‘기초연구’ 및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위해 민간 기업에 국가가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그러한 연구가 다른 산업 연구와는 달리,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고유한 특성을 가진 분야이기 때문이다.

첫째로 국방이나 우주산업과 같이 필요 기술수준이 매우 높으나 공공이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여 시장을 통한 투자비의 회수가 어려운 산업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혜택은 전 국민이 누리지만, 이를 개발한 기업에 돌아가는 이익은 미미하여 민간의 투자에만 의존하는 경우,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의 실패로 적정한 수준의 투자를 기대할 수 없어서 국가의 자금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는 산업구조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민간 단독으로는 투자 위험성이 커서 투자를 꺼리는 분야이며, 이는 산업경쟁력 향상을 통한 관련 산업의 국내 유치 또는 미래 산업엔진 육성을 위해 필요한 분야이다. 이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산업국에서 더욱 강조되어야 할 분야이고, 실제로 싱가포르·대만·중국과 같은 신흥국에서도 매우 유사한 프로그램을 발견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주정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상과 같이, 국가 연구개발 지원은 단순한 기업 보조금과는 성격을 달리하며, 공공성과 미래 국가산업구조에 대한 고민을 통해 지원분야가 결정되어야 한다. 국가의 연구개발 지원의 적정성에 대한 비판은 지원 대상이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정한 분야인지에 대한 것이어야지, 그 자금이 흘러간 곳이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는 마치 개인이 얼마 안 되는 종잣돈으로 먹고살기 위한 장사를 준비하면서, 어떤 장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를 검토하기보다 장사 물품구매가 백화점이었는지 재래시장이었는지를 시비하는 것과 같다.

논란이 되었던 그래핀 연구와 같은 경우 기술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카본나노튜브의 예에서 보듯이 이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은 매우 낮고, 성공하더라도 시장 형성을 통한 투자비 회수는 매우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분야를 미래 국가산업구조에 꼭 필요한 분야로 판단할 수 있고 그럴 경우 국가 연구개발의 지원을 통해서라도 민간의 투자를 견인해야만 한다. 이러한 커다란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는 것을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러한 국가 연구개발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회나 언론에서 이루어지는 비판은, 결과적으로 국가 연구개발 기획에 사실상의 제약이 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져온 국가 연구개발의 대기업/중소기업 지원 논란은 정책 담당자들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대기업 참여 배제를 공공연히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 결과 국가 연구개발의 고유한 목적인 고위험 연구개발을 통한 미래 산업엔진 창출보다는 중소기업의 단기 제품개발 연구개발과 같은 파급력이 떨어지는 분야의 지원에 대한 기획으로 유도되고 있다.

이는 결국, 자금의 사용 목적인 공공성에 대한 문제와 함께 나아가 국가 연구개발의 또 하나의 큰 효과인 연구개발 인력 양성에도 영향을 미쳐서 미래전략적 수요와 일치하지 않는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는 역효과도 초래한다.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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