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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시리즈에 대한 반론 / 류한호 |
<한겨레>가 최근 기획 보도한 ‘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시리즈(2월3~12일치)는 대기업이 마치 정부의 지원으로만 성장했고 지금도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 게다가 이번 시리즈는 매번 제목에 삼성이 들어가는 바람에 삼성에만 특혜를 준 것처럼 비친다. 기사에 나오는 삼성 계열사 사례 역시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가 있거나 △비교 대상과 기준이 적절치 않거나 △사업 성격을 잘못 이해한 측면이 있다.
먼저, 2월4일치 1면 머리기사 ‘정부가 삼성에 준 직접보조금만 한해 1684억’은 삼성탈레스가 핵심기술개발 사업과제로 정부보조금 453억원을 받는 등 삼성그룹 방위산업 계열사들이 국가예산 1184억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세계 방위산업이 대부분 그렇듯이 우리나라도 철저하게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방산업체들은 정부에 연구개발 성과나 제품을 납품하고 그에 따른 대금을 받을 뿐이다. 삼성탈레스도 정부 용역을 수행한 방산업체 중 하나이며 기사에 나온 453억원은 정당한 영업활동에 따른 매출인데 정부보조금으로 잘못 소개됐다.
<한겨레>는 또 ‘삼성의 세금 부담이 애플의 절반인 이유’라는 2월11일치 기사에서 애플의 유효세율은 30.5%고 삼성전자는 16.1%로 애플의 절반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으나 같은 잣대인 연결기준으로 계산하면 2012년 애플의 유효세율은 25.2%, 삼성전자는 20.3%로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기존 35%인 법인세율을 28%로 낮추고 특히 제조업은 세율을 25%로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의 세 부담이 2011년 기준 12.8%이며, 이는 중소기업의 실효세율 13.3%에도 못 미친다는 기사(‘세금 할인혜택도 부익부…삼성 세부담, 중소기업 수준’) 역시 잘못된 지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효세율을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외국 납부 세액공제를 고려해야 한다. 해외 자회사, 국제거래 등이 많은 대기업은 외국에서 납부한 세액이 많기 때문에 이중과세 방지 차원에서 일정 부분을 세액에서 공제받는데, 이는 법인세 감면이 아니다. 외국 납부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대기업의 실효세율(15.9%)이 중소기업(13.5%)보다 2.4%포인트 높으며 이는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2월11일치 ‘6조 면세점 시장, 롯데·신라 매출 5조…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기사 역시 면세사업자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현재 이들 두 업체가 면세점 사업을 양분하는 것은 특혜 때문이 아니라 오랜 기간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다. 1989년만 해도 국내에는 29개의 면세점이 있었으나 경쟁 끝에 현재 10개 사업자만 남은 것이다. 면세점은 평균 영업이익률 5%대로 다른 유통업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사실 적자지만 워낙 상징성이 크고 해외공항 면세점 진출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면세사업은 결코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이 아니다.
<한겨레>는 또 ‘12년간 고위공무원 182명 삼성행…정부의 기업정책에 입김’이라는 2월12일치 기사에서 “삼성자산운용이 13년째 연기금투자풀을 주관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한 대기업 대관 담당자의 말을 소개한 뒤 삼성자산운용에 감사원·공정위·기재부 출신이 감사와 사외이사로 영입됐다고 보도했다.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는 2001년 말 최초 선정 이후 4년마다 기존 운용사에 대한 혜택 없이 철저하게 제로베이스에서 공개 입찰을 통해 재선정하고 있다. 이런 치열한 경쟁과 철저한 절차를 걸쳐 삼성자산운용이 2005년, 2009년, 2013년에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됐고 이 과정에서 어떤 이견도 없었다.
<한겨레>의 이번 시리즈는 양극화와 경제불균형 해소 대책을 함께 고민하자는 선의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접근하는 방법에 오류가 있다면 많은 이해 당사자들의 동의와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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