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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삼성전자의 ‘다시 삼성을 묻는다’ 토론회 반박에 대해 / 조돈문 |
지난 2월21일 ‘삼성노동인권지킴이’가 공동주최한 ‘다시 삼성을 묻는다’ 6차 토론회에서 한 토론자가 2013년에 발간된 책자를 인용하며 “인도네시아 버카시산업단지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은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반도체 황유미씨 사건과 일맥상통한다”고 소개한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공식블로그(http://samsungtomorrow.com/)의 ‘이슈와 팩트’를 통해 반박문을 실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블로그의 반박문과 토론자의 실제 발언 내용을 비교하면 삼성이 진실을 은폐하고 사실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첫째, 삼성전자의 반박문은 “발표에서 인용된 책 ‘아시아로 간 삼성’은 AMRC(아시아노동정보센터)라는 곳에서 지난 2008년에 발간한 것”이라고 했지만, 토론자가 언급한 자료는 AMRC(Asia Monitor Resource Centre)가 2013년에 출판한 <하이테크 전자산업에서의 노동자 권리>(Labour Rights in High Tech Electronics: Case Studies on Workers’ Struggles in Samsung Electronics and its Asian Suppliers)로서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있는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들에 대한 사례연구들을 엮어 놓은 책이다. 토론자는 2010년과 2012년 사이에 삼성전자 버카시공장에서 4명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는데, 삼성전자의 반박문은 토론자가 2008년 발간된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왜곡함으로써 토론자와 토론 내용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자 했다.
둘째, 삼성전자의 반박문은 “삼성전자는 인도네시아 버카시 지역에 반도체 생산 사업장을 개설하거나 운영한 사실이 없습니다. 버카시에는 반도체 사업장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곳에서 사망한 직원도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주장함으로써 버카시 지역에 삼성전자 공장이 없는 것으로 읽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토론자는 “인도네시아 버카시에 산업단지가 있는데, 전자니까 반도체산업인 거 같은데…”라며 인도네시아 버카시 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사업장을 지칭했지만 반도체공장으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논지의 핵심은 삼성전자 버카시 공장에서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버카시 지역에 1991년부터 ‘피티 삼성전자 인도네시아’를 운영해오고 있다.
셋째, 토론자는 삼성전자 인도네시아 버카시공장을 지칭하며 “2010년에서 2012년 사이에서 이 작업장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폐병(때문에 사망)이라고 나와 있는데…”라고 산업재해 사망사고 사실을 지적했지만, 삼성전자의 반박문은 해당 공장의 산업재해 사망자 발생 사실을 부정하는 경험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토론자가 언급한 책자는 삼성전자 버카시공장 4명의 산업재해 사망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인쇄회로기판 피시비(PCB) 플라그를 세척하는 공정에서는 액체 알코올을 사용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통상 현기증, 메스꺼움, 안구통증 등을 호소해 왔는데, 2010년과 2012년 사이 폐질환으로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한다. 납땜 공정의 경우 납땜 과정에서 미세한 금속가루인 흄이 발생하는데, 노동자들은 흄 흡입으로 일부는 폐렴 등 폐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한국 공장들에서도 150건이 넘는 직업병 피해 사례와 80여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어디에서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은 인도네시아 버카시공장에서 발생한 4명의 산업재해 사망과 관련하여 진실을 밝히고, 신뢰할 수 있는 곳이 역학조사를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조돈문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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