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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05 22:56 수정 : 2014.03.05 22:56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2011년 7월1일, 수많은 기대와 우려를 안고 복수노조법이 시행되었습니다. 복수노조 허용은 민주노조 운동의 오랜 주장으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입니다.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설립할 권리’는 노동3권 중 하나인 단결권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헌법이 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복수노조법은 오히려 사용자의 무기가 되었습니다. 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의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동시다발로 직장폐쇄-경비용역 투입-조합원 개별복귀-친기업 노조 설립-민주노조 와해라는 순서로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작동했습니다. 게다가 민주노조가 소수노조가 된 이후에는 친기업 노조와 온갖 차별을 일삼으며 민주노조를 강제로 해산시키기 위한 위법적 행위(부당노동행위)들을 계속합니다. 그렇게 노동자의 단결권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던 복수노조법은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노동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법으로 전락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유성기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09년 유성기업 노사는 세계무역기구(WTO) 산하 암연구소에서도 2급 발암 물질로 인정한 심야노동 없는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주간연속 2교대제를 합의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노사합의를 유성기업 사용자는 지키지 않았고 2011년 5월18일, 주간연속 2교제 시행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의 지원을 받은 유성기업 사용자가 노조파괴를 시도했습니다. 공격적인 직장폐쇄, 경찰병력 및 경비용역 투입, 친기업 노조 설립 등으로 이어지는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어김없이 작동되었습니다. 민주노조 조합원들은 절차에도 어긋난 부당한 징계를 당했고 심지어 경비용역들에 의한 무자비한 폭력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크게 다쳤지만 경찰은 별다른 처벌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비호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용자의 지원을 받은 친기업 노조가 설립되어 교섭권을 빼앗겼으며 이후로도 사용자는 노조 간 차별로 민주노조를 탈퇴하라는 강요 및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하지만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온몸을 던진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지켜냈습니다. 도합 280일이 넘는 홍종인 아산지회장의 고공농성, 그리고 14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정훈 영동지회장의 옥천 광고탑 농성과 더불어 수많은 투쟁들은 3년 가까이 계속되었고 친기업 노조로 넘어갔던 조합원들이 다시 민주노조에 가입하면서 소수노조가 되어 빼앗겼던 교섭권을 결국 되찾아왔습니다.

이렇게 유성기업은 민주노조 파괴 과정과 사용자의 횡포로 인한 노조 간 차별, 친기업 노조 설립 뒤 노동자 사이의 갈등, 그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현행 복수노조 폐해의 백화점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이번 3월15일 유성으로 가는 희망버스가 다른 많은 과제와 함께 유성기업 사태의 본질적 문제 중 핵심인 복수노조법을 개정하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용자에 의한 노조파괴 범죄 재발을 방지하고 복수노조가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3월15일 희망버스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셔야 합니다. 저 역시 국회의원 역할을 맡기 전부터 희망버스의 단골 승객이었습니다. 부산 한진중공업 앞에서, 제주도 강정에서, 경남 밀양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노동자 시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배우려 했습니다. 우리가 가는 날이 이정훈 영동지회장님의 고공농성이 154일째 되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유성 희망버스가 우리 사회의 170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조금은 더 안전하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꿈을 키우는 아름다운 버스가 되기를 바랍니다. 유성에서 뵙겠습니다.

장하나/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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