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13 19:03
수정 : 2014.03.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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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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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포대교에서 ‘생명의 다리 캠페인’ 이후 오히려 자살시도자가 6배 늘었다는 언론 보도는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고민과 노력에 반대되는 결과로 여겨지며, 마포대교를 오히려 자살의 ‘명소’로 만들었다는 의견까지 제시되었다.
투신 시도자 수만 본다면 일견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2013년 마포대교에서의 투신 시도자는 93명으로, 2009년의 25명, 2010년의 23명, 2011년의 11명, 2012년의 15명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 그러나 투신과 투신 시도의 정의를 명확히 구분하고 자료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다른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마포대교에서의 투신 사망자는 2009년 9명, 2010년 6명, 2011년 5명, 2012년 6명으로, 2013년의 사망자 5명은 최근 5년 평균보다 낮다. 즉, 생명의 다리 캠페인 이후 자살 사망자는 더 늘지 않았다. 또 마포대교에서의 실제 투신자의 수도 2013년 반 가까이 줄어, 2012년의 실제 투신자가 15명인 데 비해, 2013년의 실제 투신자는 8명이다. 이러한 감소가 생명의 다리 캠페인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말하기에는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나, 최소한 캠페인 뒤 투신이 급증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마포대교에서 2013년 급격히 증가했다는 93명의 투신 시도자는 어떤 경우를 말하는가. 실제로 투신까지 하기 전 다리 위에서 구조된 85명을 합친 수이다. 즉 최근 언론에서 지적된 투신시도자 급증 건수는 다리 위에서 자살과 관련된 소동 후 조기에 구조된 경우로 인한 것으로, 이는 2012년에는 0건이었다.
의아할 정도로 급증한 이 숫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비치명적 자살 시도 건수가 늘어난 것은 언론과 여러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캠페인을 통해 마포대교가 ‘자살 명소화’된 부작용일 수 있다. 실제 자살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행동화(acting out)하는 경향도 엿보인다. 반면 긍정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생명의 다리 캠페인으로 인해 긴급전화, 폐회로티브이(CCTV) 등을 포함한 안전장치가 많이 설치되고 시민들의 관심이 확대된 덕분에 조기 구조 수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마포대교 위의 에스오에스(SOS) 생명전화로 자살 상담 중 119가 출동한 건수가 48건, 시민의 112 신고에 의한 경찰 출동 20건이었다고 한다.
어쨌건 이번에 화제가 된 마포대교의 투신 시도자 관련 통계는 필자와 같이 자살예방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에게 가히 ‘생명의 다리 딜레마’라고까지 부를 만한 생각거리를 안겨줬다.
먼저, ‘생명의 다리 캠페인’에 사용된 자살예방 접근 방법이 과연 모든 대상에게 효과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캠페인은 다리 난간을 지나는 사람에게 “밥은 먹었니?”, “잘 지내지?” 등의 감성적으로 참신한 아이디어의 접근으로 세계적인 상을 수상한 ‘작품성 있는’ 홍보활동이었다. 여러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정서적 접근 방식이 정신건강 문제가 경미한 이들에게 효과적일 수 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자살 위험군에 이러한 감성적 접근은 오히려 소외감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양한 분야의 자살예방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좀더 철저히 효과성 평가를 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마포대교가 정말 ‘자살 명소’가 되어 버렸다면, 당장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아봐야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해외 사례를 근거로 할 때 투신 자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자살예방법은 물리적인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의 다리 캠페인’과 함께 투신을 막는 안전장치의 설치를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자살 명소’로 알려진 곳 중의 하나인 영국 브리스틀 지역의 클리프턴 현수교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다리에 투신 방해물이 설치된 이후 투신 자살이 절반가량 줄었다. 다리 위에서의 각종 사고 발생 건수는 줄지 않았으나, 현수교의 담당자들은 이 시설들이 개입할 시간을 벌게 해 주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살 문제는 단기적인 숫자 변동에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살은 미시적 심리상태부터 거시적 사회구조까지 연결되어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국민과 정부가 함께 다차원적인 협력으로 접근해야 한다. ‘생명의 다리 캠페인’은 자살 예방을 위한 민관협력의 좋은 예이다. 그러한 노력이 통계 숫자의 어느 한 측면만으로 인해 폄하되거나 위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캠페인의 긍정적인 면은 더욱 활성화시키고 문제점은 더 전문적으로 보완함으로써 자살 예방을 위한 범사회적인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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