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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24 18:37 수정 : 2014.03.24 18:37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핵 안보정상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이 이미 열렸고, 한-미-일 정상회담이 25일 열린다. 정상회의의 주제가 ‘핵 안보’이기 때문에 북핵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한-미-일 3자 정상회담에서도 북핵문제가 당연히 논의될 것이다. 최근 한-일 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한·일 정상이 만날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 아마도 미국의 동아시아전략과 관련해서 한-일 관계를 지금처럼 놔둘 수 없다는 미국의 판단에 따른 조율 결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과 관련된 한-미-일 협조, 특히 한-일 간 협조 문제가 주 의제가 될 듯하다. 물론 북핵문제도 다뤄질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문제가 나름 비중있게 다뤄진 것 같다.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배치하려는 것을 북핵과 미사일을 핑계대며, 실상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북핵문제를 빨리 풀고 싶어한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강력하게 제의했을 것이다. 최근 6자회담 중국 쪽 수석대표 우다웨이가 북한을 다녀온 것도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6자회담 재개의 모멘텀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6자회담은 6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회담을 위한 회담은 의미가 없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만 6자회담을 열 수 있다”는 논리로 북한의 선행동을 요구하며 버텨왔다. 그런데 문제는 북핵문제가 지금처럼 해결의 실마리도 잡히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면 북한의 핵능력이 그만큼 더 커진다는 데 있다. 미국의 정보기관이나 북핵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은 북한의 핵능력이 시간에 비례해서 커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핵능력이 커지고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로 확인될 때 최대 피해자는 누구인가? 미국? 수천 기의 크고 작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사실 겁날 것 없다. 그럼 일본은? 북한 핑계 대고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게 오늘날 일본 국민 정서다. 미국 못지않은 수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도 북한의 핵무기는 겁날 건 없다. 중국은 어떨까?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걸 구실로 미국의 대중 군사적 견제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손해다. 그러나 겁날 것까지는 없다.

그러면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는 순간 우리 국민들은 공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다음부터 우리는 북한의 핵 협박에 일희일비하게 될 것이다. 진짜 ‘북한에 끌려다니기’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엠디를 비롯한 핵과 미사일 대처용 최신무기들을 미국이 시키는 대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사들여야 한다. 교육이나 복지 예산을 줄이는 대신 국방 예산을 더 늘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건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국민행복시대’와도 거리가 먼 얘기다.

6자회담은 북한을 이롭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핵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북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 6자회담 개최 지연을 정당화해주지 않는다. 북한의 성의있는 조처가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주장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국민행복과 국가이익을 포기하는 반면, 북한과 미국의 강경파, 군산복합체의 이익만 보장해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란다. 제발 헤이그에서 미·중·일 정상들과 회담하며 북핵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하길 바란다. 북한의 선행동을 요구해온 기존 방침이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시 재확인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황재옥 원광대 초빙교수·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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