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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31 18:37 수정 : 2014.03.31 18:37

외환은행의 헐값매각도 문제지만, 우리 국민들을 더 허탈하게 하는 것은 수많은 의혹이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재발을 막을 사회적 반성과 제도 개선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한맥투자증권의 착오거래로 발생한 390억원의 국부유출 사건을 제도 개선을 통한 증권시장 선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건은 전산담당자의 단순한 착오로 ‘365’를 ‘0’으로 잘못 입력해 옵션상품을 고가에 사고 저가에 파는 비정상적인 거래를 3만7000건이나 체결한 사건이다. 수익자 중 외국계 1곳과 국내 기관들은 모두 착오거래라는 점을 인정해 부당이득금을 반환했다. 그런데 손실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계 펀드(360억원)와 홍콩계 펀드(30억원)만이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거래소의 행태다. 미국, 독일,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착오거래를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정상가격 범위 안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구제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이런 착오에 의한 금융사고로 골든브릿지증권, 미래에셋증권, 케이티비(KTB)증권 등이 피해를 봤으며, 개인투자자들의 건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한국거래소는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는 않고, 시장참여자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다. 그나마 마련한 구제제도도 이번 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전혀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한맥증권은 사고 직후인 오전 9시2분23초에 주문 실수를 파악했고, 그 즉시 한국거래소에 구제를 신청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는 직권으로 이를 취소하지는 않고, 오히려 한맥증권이 착오와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결제대금 지급 보류를 요청했음에도 한국거래소 자체 자금도 아닌 각 증권사가 공동으로 적립해 놓은 손해배상공동기금으로 지급해 버렸다.

또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착오거래 구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파산 위기에 처한 국내 증권사의 손실 회복을 돕기보다는 외국 펀드의 불공정한 거래 이익을 보호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의 부실한 구제제도와 관료적인 대응으로 80여명의 소액 주주와 200여명의 직원들이 피땀으로 20년간 일궈온 한 증권사가 순식간에 파산 지경에 이르고 모든 임직원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한국거래소는 규정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 잘못된 해석이다. 불공정한 이익을 본 거래자의 수익을 지켜주는 것이 거래 신뢰도를 보장한다는 말인가? 오히려 그런 불공정한 거래를 바로잡는 것이 한국거래소의 국제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다. 또한 이런 불공정한 거래는 거래이익을 반환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국내외 판례가 여럿 있고 상관례 또한 그렇다.

지금이라도 한국거래소는 불공정한 거래를 원상회복하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또한 업계, 금융당국과 합심하여 현실성 있는 선진국 수준의 착오거래 구제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와 거래 안정성을 확보할 의무가 있는 기관이다.

이재광 한맥투자증권 비상대책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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