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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내성천 하천정비사업 계획이 철회되어야 하는 이유 / 정수근 |
모래가 흐르는 강, 내성천이 또다시 위기에 처했다. 이미 4대강 사업과 그 연계 공사인 영주댐 공사로 한차례 치명상을 입고서 스스로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내성천에 국토교통부가 하천환경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또 한차례 치명상을 입히려 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내성천 용궁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등 3개 지구 사업’(이하 내성천 하천정비사업) 계획은 내성천 하류 27㎞ 구간에 769억원을 들여 제방 축제, 저수호안 블록 조성, 생태하천 조성, 자전거도로, 교량 신설, 하상 유지시설 설치 등 그동안 익히 보아온 4대강 사업 식 하천공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5월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했고, 관할 기관인 대구지방환경청이 최근 마지막 협의의견을 내면서 이 사업은 그대로 강행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사업이다.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 말기 국토부가 밝힌 바 있는 4대강 사업의 후속으로 진행되는 지천사업의 일환인 것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감사원 감사에서도 총체적 부실사업임이 밝혀졌고, 4대강 사업 이후 4대강 현장에서는 녹조대란, 물고기 떼죽음, 농지침수, 역행침식에 의한 지천의 붕괴, 보의 누수와 수문 고장 등의 문제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해 급기야 정부 차원에서도 진상조사가 진행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4대강 후속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내성천 정비사업’ 역시 전면 수정 또는 폐기될 수 있다. 따라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선행되지 않고서 또다시 4대강 사업 식의 하천공사가 강행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 사업 목적 역시 영주댐의 그것처럼 모호하다. 국토부는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의 주요 목적 중의 하나가 내성천 하류지역의 ‘홍수 방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조차 해당 지역은 홍수 피해가 거의 없는 지역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더군다나 국토부는 이미 내성천 중류에 영주댐을 건설중에 있다. 영주댐 자체도 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이지만, 그간 국토부나 한국수자원공사가 댐의 홍수조절 기능을 강조한 것을 생각해보면, 내성천 중류에 댐이 지어지는데도 불구하고 그 하류에 또다시 ‘홍수 방어’ 운운하는 하천공사를 벌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4대강 사업처럼 또다시 769억원의 국민혈세를 탕진하고, 천혜의 자연하천을 망가뜨리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내성천은 경북 봉화군에서 발원하여 영주, 예천을 거쳐 문경에서 낙동강에 합류하는 국가하천으로, 낙동강에 맑은 물과 모래를 공급하는 주 공급처이다. 또 회룡포와 선몽대라는 국가 명승지를 2곳이나 가지고 있을 정도로 경관미가 빼어난 곳이고, 수달, 삵, 흰목물떼새, 흰수마자 등과 같은 다양한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특히 모래톱이 잘 발달한 우리 하천의 원형질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하천으로 전세계적으로도 드문 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 포럼’을 위해 방한해 낙동강과 내성천을 둘러본 세계적인 하천전문가인 카를스루에공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또한 “내성천 같은 강은 독일에서는 국립공원이다. 이런 강에 댐과 인공제방, 자전거도로 공사가 강행되는 것은 미친 짓”이라 했고, “낙동강 재자연화를 위해서도 내성천은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런데 이처럼 국보급 하천인 내성천의 생태계도 지금 중상류에서 건설중인 영주댐 공사와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이미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모래강 내성천의 그 ‘모래’가 엉청나게 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영주댐 공사현장 바로 아래 미림마을 부근에서는 자갈층이 드러나면서 그 자리에 식물과 버드나무마저 자라나는 육상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모래강 내성천의 특징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이런 상태에서 하류에 또다시 대규모 하천공사를 벌인다면 그나마 중하류에 온전하게 남아 있는 내성천 생태계는 완전히 교란당할 것이 뻔하며, 마지막 남은 우리 하천의 원형질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생태적으로 건강한 하천에서 무슨 생태하천공사를 벌인다는 말인가? 내성천지킴이 지율 스님의 말씀처럼 “건강한 사람을 건강하게 해주겠다고 수술대에 올려놓고 수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토부의 내성천 하천정비사업 계획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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