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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02 19:20 수정 : 2014.04.02 19:20

역사적으로 볼 때 ‘수렵·채집 시대’는 혼자서 먹거리를 해결하고 아니면 굶어죽든지, 잡아먹히든지 해야 하는 개인 책임의 시대였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싫든 좋든 공동체 사회가 우리의 숙명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생활고와 신병 때문에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분들처럼 아직도 ‘수렵·채집 시대’의 원시적 상황에 놓여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는 다분히 시대착오적 환경임에 틀림없다. 최근과 같은 비극적이고도 황당하기까지 한 문제적 상황 발생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현행 복지제도 자체의 불완전성에 있겠으나, 또 다른 측면으로는 복지운용 시스템상 공동체 기반의 취약성을 들 수 있다.

올해는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23년째 되는 해다. 행정 현장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구동성으로 지방자치 실시로 가장 관심도가 높아진 분야로 복지를 들곤 한다. 무상급식 논쟁은 지방의 정치지형을 바꾸어 놓기까지 했으며, 무상보육으로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에 전쟁(錢爭) 단계까지 가기도 했음은 바로 지금의 민선 5기에 벌어진 일이다.

지방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자치단체의 복지재정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이다. 세출예산 순계기준으로 볼 때 2009년 대비 2013년까지 최근 5년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비 총액은 28조원에서 35조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연평균 증가율은 10%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지방의 복지역량이 늘어났다고 보는 것은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 지방복지사업의 대부분이 의존 재원에 따른 보조사업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배분 현황을 보면 사회복지사업의 보조사업 비율은 무려 90.7%에 이른다.

우리나라 복지는 한마디로 국가가 주도하는 국가복지다. 현재와 같은 지방의 국가 예속형 구조를 탈피하고 자치시대에 걸맞은 주민 맞춤형 ‘복지의 3.0’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근린(neighborhood) 복지를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행정시스템이 국가와 지방으로 크게 분류되고, 지방은 시·도와 시·군·구로 이루어졌음을 볼 때, 근린은 그보다 더 작은 생활권 개념이다. ‘근린’은 최일선 행정단위인 읍·면·동에 견줄 수 있으며, ‘마을’이기도 하다. 따라서 근린복지를 통해 이웃과의 교류협력을 통한 주민공동체가 형성된다면 기존의 정형화되고 경직된 복지시책들의 단점과 틈새들이 효과적으로 보완되고 복지 현장의 주민 욕구에도 훨씬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수렵·채집 시대에나 볼 수 있는 원시적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복지를 넘어 생활권 단위 공동체복지를 만드는 일이 급선무다. 이러한 방향성은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지방자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이정관 서울 강서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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