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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경유택시 환경성 꼼꼼히 따져야 / 임기상 |
세계의 대도시들이 미세먼지에 신음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달 18일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차량 절반의 운행을 금지하는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중국 베이징과 맞먹는 수준으로 심각해진 미세먼지 농도 때문이었다. 긴급 처방으로 실시됐던 차량 2부제는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서 하루 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대기오염은 심각한 사회적 논란이 됐고, 높은 디젤차 비중이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파리 첫 여성 시장으로 당선된 사회당 안 이달고 후보는 디젤차를 파리시로부터 퇴출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앞서 영국은 지난 2월 유럽연합의 대기오염 지침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피소당해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했다. 영국의 43개 대기오염 관리구역 중 40개 구역이 이산화질소 허용 기준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디젤 엔진을 가장 큰 주범으로 지목했다. 런던은 이미 지난 1월 대기오염의 주범인 디젤택시를 2018년부터 친환경차량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해 탈디젤 흐름을 예고했다. 영국 자동차업계는 디젤차량에 대한 규제 강화를 앞두고 긴장에 떨고 있다.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는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디젤차 종주국인 유럽에서 디젤차 규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우리나라는 뒤늦게 디젤차 광풍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자동차 내수 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경유차 판매량이 휘발유차를 추월했다. 정부는 한술 더 떠 내년 9월부터 경유택시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디젤 엔진 배기가스를 석면, 비소, 다이옥신 등과 같은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경유자동차가 내뿜는 입자상 물질인 미세먼지는 폐와 기도를 자극해 폐렴 등 호흡기 질환과 심지어 폐암을 유발한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임신부의 조산율을 높이고 태아의 성장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도됐다. 경유차 배기가스 중 질소산화물도 산성비와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이 된다. 대기오염물질 중 일산화탄소 등의 농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서울의 경우 질소산화물은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저감이 시급하다.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DPF)를 부착했다고 해도 매연이 100% 저감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장치의 매연 저감 성능은 운전 조건에 따라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특히 택시는 일반 승용차와 달리 주행거리가 길고 운전 조건이 가혹하여 매연저감장치의 정상적인 작동이나 내구성을 보증하기가 어렵다. 택시의 누적주행거리는 40만~50만㎞로 배출가스 보증기간을 3배나 초과한다. 또 정체 및 저속 구간이 많은 시내 주행 환경을 고려할 때, 매연저감장치의 재생온도(450~600℃)에 도달하기 어려워 성능 저하도 우려된다. 걸러지지 못한 미세먼지는 결국 도로변의 시민들이 들이마시게 될 것이다.
디젤차 종주국인 유럽에서 들려오는 탈디젤 목소리는 경유택시 도입을 앞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섣부르게 추진된 정책이 사회적 부작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경유택시의 환경성을 꼼꼼히 재검토하고 사전 보완책을 강구할 때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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