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4.07 19:03 수정 : 2014.04.07 19:03

오는 6월4일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기초지방자치단체 무공천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안철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무공천은 변함없다는 입장이고, 새누리당에도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무공천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의 기초지방자치단체 정당공천 폐지 논의는 아주 중요한 점을 놓치고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혼란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우리는 지난 1995년 처음으로 정당공천을 통한 지방의회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한 바 있다. 이후 지방정치의 중앙정치로의 예속 등을 이유로 1998년과 2002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선거 정당 무공천이 시행된 바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정당 무공천의 갖가지 부작용과 책임정치의 후퇴 등을 이유로 2006년부터 다시 정당공천을 하고 있다.

우리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 서울특별시와 광역시 및 각도 등 광역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시와 군 및 구(기초지방자치단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서구국가들에서 지방자치라 함은 풀뿌리민주주의에 근거한 기초지방자치단체만을 의미한다. 연방국가인 독일에서 지방자치선거는 우리의 시와 군 및 구의 선거를 의미한다. 우리의 특별시, 각도의 선거는 연방의 각 주들의 주 선거에 해당한다. 즉 우리 지방자치법상의 서울특별시장, 광역시장 및 각 도의 도지사 선거는 지방자치선거에 해당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광역자치단체선거는 한국적 특수성에 기인한 제도는 될 수 있을망정, 원래 지방자치가 예정하는 지방자치선거라고 할 수는 없다.

헌법 제8조는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조직을 가져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방법은 선거가 핵심이다. 우리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제도로 보장하고 있다. 이렇게 한 것은 정당이 지방자치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정당의 책임하에 지방자치의 발전과 보호를 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국가의 보조금을 받는 정당은 국회의원선거뿐만 아니라 지방선거도 참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당이 지방자치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정당의 헌법상의 권리일 뿐만 아니라 헌법상의 의무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이 기초지방자치단체 무공천을 강행한다면 제1야당이 헌법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만약 안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여 여야가 합의하여 기초지방자치단체 정당공천을 폐지한다면 사실상 정당국가에서 정당이 지방자치의 근간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 내지 폐지 주장에 다름없다.

안 대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정당 무공천은 국민과의 약속이고,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라고 했다. 하지만 무공천이 특권 내려놓기가 될 수 없다. 국회의원의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 줄세우기가 문제라면, 안 대표가 나서서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이 줄세우기 하지 못하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그에 반하는 모습을 자당 국회의원들이 보일 때는 차기 국회의원 선거 출마에 철저하게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면 될 일이다. 당내 국회의원들의 자질과 관련한 문제점을 들어 지금처럼 지방자치제도의 근간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물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가 기초지방자치단체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초지방자치단체 무공천은 지방자치제도 취지 자체를 오인한 잘못된 공약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새정치연합이 그 잘못된 공약을 새누리당이 지키지 않으면 새정치연합만이라도 지킨다거나, 청와대를 찾아가 새누리당도 무공천할 것을 요구하며 법개정을 촉구할 일이 아니다.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일부는 자당만 무공천할 경우 선거 참패가 뻔하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0년 여당에 맞서 단식을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두 대표가 기초지방자치단체 정당 무공천을 위해서 김 전 대통령처럼 새누리당에 맞서 강력히 싸우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선거 즉 기초지방자치단체까지 포함한 지방자치선거의 완전한 실시를 주장하며 단식도 불사했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제도의 완전한 실시를 위해서 싸웠던 반면, 지금 새정치연합은 스스로 의식을 하든 못하고 있든 실질적 의미의 지방자치제도의 훼손 내지는 폐지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 꼴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다. 논란의 해결방법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대선공약을 지키라며 여당을 압박할 일이 아니라, 지난 대선의 잘못된 공약에 대해서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김한길, 안철수 대표도 제1야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제는 헌법파괴적 발상과 소모적 논쟁을 스스로 멈추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여야 모두 현대 정당국가에서 정당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지방자치제도의 취지인 풀뿌리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헌법에서 지방자치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정당에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은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에 명시된 규정은 국가와 국민과의 약속이다. 안 대표의 국민과의 약속보다 오히려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기초지방자치단체 정당공천이 더 큰 약속임이 틀림없다. 이는 국가와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남경국 독일 쾰른대 국가철학 및 법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