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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북 무인기 도발에 허둥지둥할 필요 없다 / 이희우 |
최근 북한이 날려보낸 무인기의 추락으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안보 위협을 경험하였다. 방공체계의 핵심 센서인 레이더로는 소형 무인기를 탐지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이용한 도발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우리의 방공망에 대한 총체적 허점이라며 책임을 거론하고, 대응 무기체계에 대한 도입을 성급하게 요구하며,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취미용 모형항공기의 규제까지 서둘러 제정할 태세이다.
소형 무인기의 군사적 용도는 정찰과 타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형 무인기는 탑재량이 작아 대부분 정찰 목적의 용도로 쓰인다. 하지만 역시 탑재량의 제한으로 해상도가 높거나 줌 기능을 가진 카메라 장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군사적 가치는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북한이 소형 무인기를 정찰 목적으로 운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운용하는 정찰위성이 없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정찰위성을 이용하여 평양을 비롯하여 동창리 로켓 발사장이나 풍계리 핵실험장 등 광범위 지역을, 북한 무인기와는 비교가 될 수 없는, 높은 해상도로 거의 실시간 감시할 수 있으나 북한은 기술력과 경제력 부족으로 정찰위성을 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 수단으로 그나마 소형 무인기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한편 타격 목적의 소형 무인기에는 더 큰 제한이 따른다. 탄두 중량의 제한으로 파괴력이 부족한데다가 미사일과 달리 깊은 강하각으로 조준 타격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비행기는 강하에 따른 속도 증가로 기수가 들리기 때문에 깊은 강하각을 유지할 수 없고 조준도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형 무인기의 자폭 위험도는 미사일이나 방사포 등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에 군사적 가치는 미미하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는 중대형 무인기 또한 미사일에 비해 원거리 타격에는 유리할 수 있으나, 앞서 언급한 제한 때문에, 미사일에 비해 파괴력과 은밀성이 현격히 떨어진다.
최근 북한의 무인기 도발은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도발이긴 하나 우리의 방공체계에 대한 총체적 부실이라고 자책하거나, 조급한 대책 마련으로 허둥지둥할 필요는 없다. 북한 소형 무인기는 낮은 위협 수준에 비해 대책 수립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인기 위협에 대한 대책으로 단기적으로는 저고도 레이더 도입 등의 방안이 고려되겠지만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무인기 대응체계도 방사포나 포탄의 대응체계인 C-RAM 체계로 통합되어야 한다.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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