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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09 19:15 수정 : 2014.04.09 19:15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세상이 온통 갑상선암 문제로 시끄럽다. 연일 방송과 신문에서 갑상선암의 과다진단과 과잉진료에 대해 앞다투어 다루고 있다. 각 방송사의 대표 시사프로그램뿐 아니라 주요 신문의 칼럼에도 계속 갑상선암에 대한 논란의 글이 실리고 있다.

며칠 전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갑상선암에 대한 논란문제가 방송에 나오자 여기저기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방송 잘 봤지? 너 수술한 거 좀더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되지 않았니?”

그럴 때마다 나는 깊은 자책감과 후회가 밀려온다.

나는 3년 전 갑상선암으로 전절제 수술을 했다. 그 당시 아무 증상이 없었는데 건강검진하다가 초음파검사에서 0.6㎝의 종양이 발견된 것이 나의 삶을 전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몰고 갈 줄 누가 알았을까. 수술 후 예상치 못한 후유증과 부작용은 나의 일상생활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잔병 하나 없이 건강했던 나는 수술 후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앓게 되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가 되었고 급격한 체력저하와 극심한 불면증, 부정맥, 탈모, 성대통증 등으로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다. 수술의 고통도 컸지만 그보다 수술 후 부작용과 후유증의 고통이 더 컸다.

그러나 당시 나의 담당의사는 한번도 작은 갑상선암은 수술을 하지 않고 경과관찰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의사 말에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수술 후 주위를 둘러보니 놀랍게도 내 주위에 친구들을 비롯해 갑상선암 수술 환자가 9명이나 있었다. 이들은 모두 나처럼 몸에 아무 증상이 없었는데 건강검진에서 조그만 혹이 발견되어 의사의 권유로 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갑상선암 수술 환자의 급격한 증가 현상에 놀란 나는 이건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고 곧 사회적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 갑자기 갑상선암에 대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갑상선암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고 나서자 이에 맞서 갑상선암도 암이니 초기에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고 반박을 하는 외과의사들이 갑상선암 조기검진의 필요성과 수술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어떤 현상에 대해 사람마다 서로 의견이나 주장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전문가들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의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 삶의 질이 좌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일반인들은 의사들의 이런 상반된 주장들을 보고 어느 쪽이 옳은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미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많은 환자들은 성급한 수술 결정에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고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수술을 해야 할지 말아야 될지 몹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나는 의학적 지식이 없는 그저 평범한 50대의 전업주부이다. 그러나 이미 갑상선암 수술을 한 환자의 입장에서 조기진단과 수술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의사들에게 수술을 하기 전에 다른 선택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에만 일어나는 이 기이한 현상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환자들의 목에 서슴없이 칼을 대는 일은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달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진정한 명의는 갑상선암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수술한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 진료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자제하는 의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누가 혹시 볼세라 목에 스카프와 목걸이를 하고 평생 갑상선 약을 먹는 환자로 지내야 하는 사람들 중에 혹시라도 수술하지 않았어도 되는 사람들이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이미 갑상선암 왕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강연미 주부·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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