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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미안해 정말 미안해 / 박지웅 |
세월호 침몰이 더욱 가슴 아픈 건 우리의 각자 가슴속에 자기만의 수학여행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 하나씩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갔던 수학여행의 추억은 평생의 자산이다.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 가는 것도 수학여행에서 맺어진 단단한 우정 때문이 아닐까. 경주 리조트 참사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300여명의 아이들은 자연 앞에서 또 모진 시련을 맞이했고, 지금도 바닷속에서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아이들의 문자메시지가 에스엔에스를 타고 전국에 퍼지면서 국민들의 고통 또한 더욱 커져가고 있다.
시험기간을 맞은 나를 포함한 대학생들은 아이들이 살아있기를 기도하며 도서관에 앉아 속보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게, 당장에라도 달려가 죽음의 문턱에서 힘들었을 아이들을 꼬옥 안아주고 싶지만 학교에 매여 있다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어제 하루종일 덮여 있던 미세먼지가 말끔하게 걷혀 완연한 봄날이지만 웃을 수가 없다. 펜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이들 생각 때문에, 우리의 즐거웠던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가 자꾸 떠오르는 게 미안하기만 하다.
언론도 우리도 탑승자 전원의 신원이 파악될 때까지 아무 말도 말자. 어떤 기자는 생존자에게 친구의 사망 소식을 알렸고, 어떤 논객은 ‘북한 개입설’을 제기한다. 많은 지식인들은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기에 바쁘고 많은 누리꾼들은 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선장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한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아직 바닷속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울부짖고 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사망자가 더 이상 늘지 않기를 기도하고,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고마운 분들에 대한 응원뿐이다.
희망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고, 불가능한 것을 이룬다. 바닷속에서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을 아이들아, 조금만 더 버텨줘. 너희들의 부모님, 친구들 그리고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니. 가장 아름다워야 할 추억을 망치게 해서 미안해. 우리가 정말 미안해.
박지웅 숭실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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