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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30 21:06 수정 : 2014.05.01 11:53

푸른 무화과
이화리/소설가

오늘까지 세 개의 냄비를 태웠다
내 귀는 파도가 베어가 이명증을 앓고
내 코는 썰물과 밀물로 축농증을 앓고
눈치 없는 냄비는 나를 기다리고,
등신이 된 나는 심해를 헤매느라
시커멓게 눌어붙은 시간은
먹을 수 없는 슬픔이다.
삼켜지지 않는 분노다.

들었니?
안 돼! 정말 안 돼! 절대로 안 돼! 라고
따라 기울던 우리의 함성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은 모국(母國)은 부유하고
캄캄한 너희들은 젖을 더듬는데

세월의 한 자락, 젖은 치마 속 들춰
엄마들의 깊은 자궁은
너희를 거둬들이고 싶다
다시 한 번 너희를 낳고 싶단다.

오래전, 사람들은 달에도 다녀왔다.
사람이 갈 수 없는 이승이 있는 줄 몰랐다
별을 바다에서 딸 수 있는 줄 몰랐다
모르는 우리는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냄비는 숯을 요리했나보다
이미 숯가마가 된 식욕도 검다

미안하다. 소태가 된 너희에게
짠 눈물밖에 줄 게 없어서
하늘보다 더 높이 미안하다, 땅보다 더 넓게 미안하다.

오늘 뜰에서 푸른 무화과를 보았다
미완의 꿈을 움켜쥔
작고 여린 무화과
꽃 피우지 않아도 꽃인 너희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손가락을 걸,
푸른 손들이 너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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