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냐면] 늦봄학교 왜곡보도 소송을 마무리하며 / 박병호 |
세월호의 침몰로 지금 대한민국은 비통함과 슬픔을 넘어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여기에 정부의 미숙한 대처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가 더해져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렇듯 ‘황색언론들’의 무책임한 상업적 보도들이 더욱더 유가족들과 국민들을 절망하게 하고 있는 지금, 2년 전 늦봄 문익환 학교와 관련한 일부 언론들의 반인륜적 행태를 고발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5월17일, <동아일보>(1면)는 한번의 현장 취재도, 사실 확인도 없이 늦봄학교에 대해 악의적인 왜곡보도와 ‘종북몰이’를 자행하여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혔다. 그 후 학교 이미지 실추와 교육부의 대안교육재정지원사업 대상자 탈락, 국가정보원의 교직원 사찰, 보수 누리꾼들의 지속적인 악플 등 늦봄학교가 입은 피해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나는 당시 학부모로서 <동아일보> 왜곡기사를 보고 분노가 치올랐는데, 마치 짜고 하는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허위기사를 베껴대는 <국민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조선닷컴> 등 또 다른 거대 언론사들을 보면서 또 한번 절망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언론인지, 누구를 위한 언론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면 모든 것에 ‘빨간 딱지’를 붙여 색깔론으로 일관하다가 막상 진실이 밝혀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 행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늦봄학교는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과 80년대와 90년대 초 암울한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교수·시인이자 신학자인 늦봄 문익환 목사님을 사표로 삼아 생명과 영성, 자율과 공동체, 통일과 평화를 교육철학으로 하는 작은 시골 대안학교이다. 입시경쟁보다는 나누면서 함께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지식교과뿐만 아니라 각종 기행, 봉사활동, 농사와 살림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와 함께 ‘동아일보 왜곡 보도 늦봄대책위’를 구성해 한달간의 1인시위, 3회에 걸친 항의 집회와 문화제를 통해 늦봄학교 진실 알리기에 나섰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즉각 반박 성명서를 발표해 엄중 항의했으며, 학교에서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동아일보>의 왜곡보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광주·전남 및 강진지역 기독교단체, 만덕산 조계종 백련사, 원불교 강진교당을 비롯한 학교 주변의 종교단체와 마을 주민들도 탄원서를 제출해 늦봄학교의 억울함과 <동아일보>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늦봄학교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정신청, 해당 언론사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길고도 힘든 싸움이었지만 마침내 지난달 15일 법원으로부터 정정 보도 및 반론 보도를 받아내게 되었다. 결국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악의적인 왜곡보도를 한 <동아일보>와 관련 언론사들은 법원의 강제 조정신청을 받아들여 반론 보도 및 정정 보도를 게시하고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늦봄학교에 대한 기사를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언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결과이며, 참으로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동아일보>와 관련 언론사들은 언론의 본분과 사명을 망각한 채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하고 이번 사태를 뼈를 깎는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병호 늦봄학교 전 학부모회장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