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2 18:57
수정 : 2005.09.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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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진/국가청렴위원회 홍보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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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옛말에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고 했다. 무심코 쓰는 이 말이 우리 사회에 팽배되어 있는 부자 혐오증이나 반기업 정서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돈은 쓰는 것보다 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버는 과정은 더더욱 중요하다. 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정신을 가장 빨리, 쉽게 황폐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루기 어려운 물건인 돈을 개같이 벌라고 했으니 어찌 기업윤리가 제대로 설 수 있었을까.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경제학은 가르친다. 그러나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금욕적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가 서구 자본주의의 특장인 경건·근면·정직이라는 직업윤리로 전승되었다고 했다. 각자의 이익 추구를 지고의 미덕으로 삼았던 공리주의적 태도와 달리, 금욕이 오히려 자본주의적인 생산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마다 ‘윤리경영’이 화두다. 특히 미국의 다국적 기업 엔론, 월드콤 등의 회계부정사건은 윤리경영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윤 극대화만을 신기루처럼 좇는 기업은 무한경쟁 시대에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으며, 윤리와 도덕이라는 측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러나 남들이 윤리경영을 하니 따라서 한다거나, 그럴듯해 보이니 액세서리 정도로 갖추어 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음에 없는 일을 하는 것은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럽기도 하거니와, 평소 기업윤리를 외치고도 나중에 비윤리가 드러나면 기업을 더욱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노동력과 자연자원을 이용하여 생산활동을 한다. 그만큼 사회에 빚을 지고 있고,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은 윤리경영을 안 해도 되는데 마지못해 하는, 마치 자선행위나 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기업 스스로 윤리경영을 기업의 핵심가치로 정립하여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유진/국가청렴위원회 홍보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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