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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28 18:21 수정 : 2014.05.28 18:21

얼마 전 ‘황제노역’ 판결이 많은 비판을 받았고, 일부 언론은 지역법관제(향판제)를 환형유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지난 13일치 <한겨레> 시론(지역법관제, 폐지가 능사인가)에서 거액 노역장 유치 결정은 서울지역 법원의 이른바 경판(京判)들에게서도 나왔고, 과도한 법관 재량에 기인한 것이므로 지역법관제가 황제노역 판결의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임 교수는 지역법관제 시행의 장점을 살리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필자는 지역법관제는 장점은 거의 없고 폐해가 많다고 생각해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임 교수는 첫째로, 많은 판사들이 서울과 수도권 근무를 희망하는데 지역법관이 지방에 남아 지역법관으로 일하겠다고 하여 법관 인사의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법관제를 실시한 현재도 전국 2700명의 법관 가운데 지역법관은 300여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판사들을 전국 단위로 인사를 하고 있다. 결국 일정한 기준과 원칙을 세우면 되는 것이고, 설사 약간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역법관제 폐해 방지를 위해 감수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임 교수는 지역법관제가 조만간 시행될 법조 일원화의 연착륙을 위한 중간 단계의 역할을 하고 있어, 전국 순환근무를 하게 되면 40살 전후의 중견 법조인들이 법관 신청을 꺼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지역법관제가 존속하더라도 수도권 근무 법관의 수는 한정되어 있어 지방 근무는 필수적이다. 경력 법조인이 반드시 수도권 근무만을 바라고 지원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또, 지역법관제가 시행되더라도 각 지역 법관을 모두 그 지역 출신의 법조인만으로 충원할 수도 없고 충원해서도 안 되는 것이므로 중견 법조인의 법관 신청과 지역법관제는 상관성이 거의 없다.

외국의 경우 일본을 제외하고는 우리처럼 전국의 판사들을 2~3년 주기로 순환 전보시키는 나라가 없고, 판사 임용부터 정년 때까지 한 지역의 법원에서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외국은 판사를 하다 변호사로 개업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 전관예우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법관과 지역 유지들의 유착 문제도 대두되지 않는 등 법률제도나 문화, 국민 성향이 우리나라와 매우 다르므로 외국 제도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역법관제의 가장 큰 폐해는 사법의 중요한 이념인 공정한 판결을 저해하고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것이다. 지역법관은 그 지역 출신이 대부분이어서 학연, 혈연, 지연, 동호회 등으로 얽히기 쉽다. 여러 법조비리 사건에서 경험했듯이 지역 유지들은 끊임없이 판사에게 접근한다. 또한 우리 국민은 학연, 혈연, 지연, 전관예우 등 연줄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지역법관이 많겠지만 오랫동안 끈끈하게 형성된 연고에 의한 유혹에 빠질 위험성이 아주 높다.

마지막으로 지역 법관과 지역 유지들의 유착 문제는 철저한 감찰제도의 도입과 지역사회 내의 감시와 견제 장치를 통해 해소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법관과 유지들의 유착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필자로서는 언론, 시민단체, 수사기관, 주민 등 지역 사회의 누가, 어떻게 이들의 유착 문제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 간다.

민경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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