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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2 18:29 수정 : 2014.06.12 18:29

겨울방학을 앞두고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했다. 그 조사에 바로 위 학년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몇 학생들이 설문지에 ‘2학년 선배들’이 교내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고 응답했다. 다음해 개학 후, 학교는 아이러니하게도 ‘2학년 학생들’을 예의 주시했다. 설문조사에 가해자가 2학년이라고 적힌 것이 그 이유였다. 실질적인 가해자 학생들은 아무 탈 없이 3학년에 진급했고 아무런 처벌 없이 학교를 졸업했다. 2학년에 진급한 실제 피해자 학생들은 보상이나 사과는 받지도 못하고 “이게 다 너희 때문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들으며 후배들을 아예 만나지도 못하게 하는 등 엄청난 규제 속에 1년을 보냈다. 이러한 대처에 분노한 학생들은 학교에 항의했고 이는 학교와 학생회 간의 소모적인 논쟁만을 일으켰다. 더 웃긴 것은 학교폭력이 없어지기는커녕 보호를 받았던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제야 학교에서는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실제적인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학교의 기강은 무너졌고 처벌도 일시적인 것으로만 끝나, 후에도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였다. 미흡한 대응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이다.

최근 여러 사고가 일어나면서 안전 대책 수립이 시급함을 모두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 요구에 부응하여 정부는 여러 방안과 예방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 중에는 물론 합리적인 방안들도 있다. 그러나 몇몇 항목들을 살피면 원인이나 과정을 수정하기보다는 과거의 과오를 해결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안을 세울 때는 원래 사건이 일어난 ‘원인’이나 결과에 도달하게 된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제거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 몇몇 항목들은 이러한 상식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앞으로 진행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해경과 소방방재청을 해체하여 곧 신설될 국가안전처로 흡수시킨다거나 공무원 공채를 대폭 줄이고 민간 전문가들을 더 등용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안들이 이에 해당된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면 재난이 일어났을 때 효과적인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은 아니다. 또한 새로운 기관의 설립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구조적 문제를 그렇게 쉽게 막을 수 있었으면 애초에 다른 조직들도 그럴 수 있었을 것이고 오히려 정부가 새로운 거대한 기관인 ‘국가안전처’를 신설함으로써 또다른 구조적 모순이 생기는 길을 열어준 꼴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앞서 나온 고등학교의 사례나 우리나라의 문제나 둘 다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소가 외양간을 뚫고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아봐야 하는데 눈앞에 펼쳐진 손실과 혼란을 수습하기 급급해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안타깝다. 요즘 우리 사회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서 소가 외양간을 나간 이유를 찾지 않으면 이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전예은 광주시 서구 금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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