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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6 18:28 수정 : 2014.06.16 22:02

아버지는 3년 전 말기 전이성 전립선암 판정을 받았다. 말기 전립선암 선고 뒤 아버지는 암세포가 뼈까지 전이된 채로 2년간 호르몬 치료와 고환 제거 수술, 항암 치료를 받았다.

독한 약으로 인한 심한 부작용과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불확실성으로 아버지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삶을 포기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시며 불안감과 괴로움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 가족에게 가장 절망스러웠던 점은 힘든 치료 과정에도 불구하고 어떤 치료를 받아도 금방 내성이 생기고 혈액검사 수치는 내려가지 않는 등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당시 의사 선생님께서 부작용도 거의 없고 치료 효과도 좋은 약이 있다며 복용을 권하셨다. 아버지와 우리는 이미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칠 대로 지쳐 있었기에 마지막 선택이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약을 처방받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치료가 너무 힘들었기에 이 약의 효과가 얼마나 좋을까 반신반의했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약 복용을 시작한 뒤 그 어떤 치료 방법으로도 떨어지지 않았던 아버지의 혈액검사 수치가 정상인 수준까지 내려갔다.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으셨던 아버지의 상태는 놀라울 만큼 나아지셨다. 3년 전 처음 말기 전립선암을 선고받았을 때 병원에서는 아버지가 길어야 2년 이상 살기 힘들다고 했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는 하루하루 상태가 나아지고 계신다.

단 한가지 문제가 있다. 치료제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아버지 병간호와 치료비를 위한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 빚까지 졌지만 나아지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이 치료를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아버지는 약값 때문에 당신 아들이 빚까지 진 것을 아시고는 죄책감에 치료를 포기하려 하신다.

이 약이 비싼 이유는 현재 이 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 같은 평범한 소시민들은 한 달치 생활비를 쏟아부어도 약값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렇게 환자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약임에도, 왜 자꾸만 보험급여 결정이 연기되는지 이제는 궁금함을 넘어서 억울하고 화가 나기까지 한다.

답답한 마음에 정부기관 등 여기저기 문의를 해보아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약의 보험급여 등재를 위한 의사결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더 많은 빚을 지고 얼마나 더 많은 절망감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다른 암 치료제들 중에선 보험급여가 되는 약제들이 여러가지 있는 것으로 안다. 전립선암 환자들은 영영 정책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인지 불안감에 아버지와 우리 가족들의 삶은 점점 엉망이 되어 고통의 연속이다. 보험급여가 곧 된다고 말만 하지 말고 이제는 정말 보험급여가 적용되어 이 ‘희망고문’을 끝내고 싶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암 중 하나라고 한다. 특히 우리 아버지 같은 말기 전립선암 환자들에겐 이 치료제가 유일한 대안이다. 환자들이 이렇게나 절실히 원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하루속히 이 약의 보험급여를 결정해 주시길 소망한다.

정영재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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