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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8 18:47 수정 : 2014.06.19 09:11

한국 기독교의 맹점 가운데 하나는 신자들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을 너무 남용한다는 데 있다. 심지어 자기 잘못으로 나온 결과를 놓고도 하나님의 뜻이라 하는가 하면, 그분의 진정한 뜻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하나님의 뜻이라 하기도 한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말한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도 그렇다. “일제의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고, 남북분단도 “하나님의 뜻”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만약 그런 것들이 정말 하나님의 뜻이라면 신사참배를 반대하며 일제에 항거하다 순교하거나 옥살이를 한 주기철 목사나 손양원 목사 같은 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전쟁만은 막아보려고 갖은 애를 다 쓴 애국지사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이해가 안 되기는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말도 마찬가지다. 교회에서 개인적인 신앙적 소신으로 한 말이므로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니, 본질을 외면한 발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말은 어디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냐보다는 그 내용이 중요한데, 내면의 생각이 밖으로 나온 것이 말이기 때문이다. 신앙인에게 있어 신앙적 소신은 인간적 소신이기도 한데, 만약 신앙적 소신과 인간적 소신이 다르다면 그 사람은 이중인격자일 수밖에 없다.

사실을 말하면, 인간이 절대자 하나님의 뜻을 다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을 통해서만 알 뿐이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인데, 성경이 말하는 분명한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그 사랑으로 서로 사랑하는 가운데 정직하고 바르게 살라는 것이다. 극히 자의적인 생각을 하나님의 뜻에다 끌어다 붙인 것은 절대자의 생각을 자기 마음대로 주물러 왜곡시킨 결과의 산물일 뿐이다. 찬송가의 가사 중에 “나의 품은 뜻 주의 뜻같이 되게 하여 주소서”라는 것이 있는데, 혹자는 문씨가 하나님의 뜻이라 한 것에 빗대어 “주의 품은 뜻 나의 뜻같이 되게 하여 주소서”라 하기도 한다.

모든 국민이 기독교인일 수는 없어도 기독교인 모두는 국민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기독교인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상식적으로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보다 낫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목사나 장로는 일반 신자들보다 낫지 않으면 안 된다.

문씨가 장로라 하니 독실한 크리스천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목사나 장로라고 다 신앙이 좋은 것도 아니다.

어쩌다 나라 꼴이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필자뿐이 아닐 것이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한 김기춘 비서실장은 어떤 생각으로 문씨를 통과시켰을까.

임종석 충남대 명예교수·은퇴목사

박근혜 ‘돌파 참극’[21의 생각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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