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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의원이 대주주인 한 회사의 소송 / 윤기돈 |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우리나라 사회의 윤리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승객을 내버려두고 도망가버린 선장과 선원들,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을 벌이지 않은 해경들의 행위가 바로 우리 사회 윤리 수준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교사의 직분을 지켰던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이 말은 어쩌면 편향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 윤리의식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그것은 평범한 소시민들의 윤리의식이 낮아서가 아니라,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고위공직자, 기업인 등이 오히려 사회윤리 기반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되려면 저 정도 흠결은 갖춰야 하는구나라는 자조가 터져 나온다. 교육부 수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11건에 이르는 논문 윤리 시비에 오르내리는 현실이다. 이뿐이랴, 재벌 총수치고 사법 처리를 받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아예 기대도 안 한다. 다만 평범한 사람들의 윤리의식 정도는 따라가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구만리라는 마을이 있다. 불법성을 밝혀내어 골프장 공사를 막고자 하는 마을 주민들의 수년간 노력으로, 강원도지사가 골프장 사업을 취소한 마을이다. 그런데 사업자 쪽이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사법정의가 죽은 것은 아니지만 판사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현실에서 지루한 법정 공방은 지역 주민들을 또다시 불안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사업 추진 기업의 최대 주주가 박덕흠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편에서 어려움을 해결해주어야 할 국회의원이 주민들의 공동체를 파괴시키는 일을 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직분이란 것이 있다. 그 직업, 그 직책, 그 직위를 수행할 때, 의무적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본분이다. 국회의원의 직분으로 자신의 이윤 획득을 위해, 지역주민들의 삶을 짓밟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되기 이전에 사업자로서는 모르지만, 국회의원이란 직분으로는 도저히 행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박 의원은 회사가 소송을 포기하도록 조처를 취해야 마땅하다.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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