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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국토에 ‘공간 정의’를 / 류종현 |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창조경제 구현’을 목표로 투자활성화 대책과 연계한 규제완화 정책을 5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투자활성화 대책은 전국 차원의 일률적인 규제완화지만, 실질적으로는 수도권이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라는 점에서 비수도권인 지역에는 매우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한 신문 칼럼에서 “정부가 맹목적인 규제완화론을 버리고 규제에 대한 균형 있는 인식을 확립하지 않으면 국민의 안전, 건강 그리고 환경뿐 아니라 경제의 활력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규제완화가 지역소득 및 기회의 불평등 해소에 소홀하지 않았나 유념할 필요가 있다.
과거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에 의한 직접적인 규제완화와 달리, 현재는 개별법 시행령 및 규칙 개정 등을 통해 수도권 규제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격차는 더 심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규제완화에 의한 지역불균형은 국가의 비용부담 증가는 물론 지역의 붕괴를 가져오기 때문에 정부는 체계적이고 균형 잡힌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균형발전은 우리 헌법의 명령이다. 국가의 책무이자 국민의 기본권이며,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왔음에도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대한민국의 모든 기능이 집중되어 국토가 소화불량, 중병을 앓고 있다. 실효성 있는 균형발전 정책이 미흡했다는 반증이다.
대한민국 국토가 건강성을 되찾는 지름길은 균형발전이다. 균형발전에 대한 헌법정신의 재확인과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지역발전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이 부담해온 국방서비스나 전력 생산 등에 따른 지역의 기회비용이 자동적으로 보전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간, 계층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국정철학과 국토발전 이념을 재정립하여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을 전제로 한 국가 투자활성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균형발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정의의 원칙이 수용되어야 한다. 각 지역에 기회를 공평하게 주면서 지역주민에게 최대한 편익이 배분되는 국토의 ‘공간 정의(Justice)’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의로운 국토 공간 창출이야말로 지역을 멋지게 바꿀 수 있고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수 있다.
류종현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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