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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30 19:01 수정 : 2014.07.01 11:15

김의겸 논설위원의 ‘전교조 변해야 산다’를 읽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를 보며 ‘노동조합’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다. 노동조합은 개인으로선 힘이 없는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지켜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바로 ‘연대’다. 그 연대의 끈이 누군가를 배제하기 시작하는 순간, 노동조합은 그 존재 의미를 잃기 마련이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노동조합에 연대의 가치를 버리라는 요구다. 노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라는 요구다. 그래서 지금 전교조가 하는 싸움은 단순히 해고자 9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노조의 존재 자체를 지켜내기 위한 싸움이다.

철도노조,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에서부터 전교조까지. 이번 법외노조 통보는 박근혜 정권의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민주노조 파괴를 위한 하나의 ‘프로젝트’다. 하나를 내주는 순간, 민주노조는 그다음 것을 차례로 빼앗길 것이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하나하나 양보하는 순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약한 모습을 하나하나 드러낼수록 저런 이들은 더 강한 폭력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화도 내고, 맞서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그 부당한 폭력에 함께 맞서야 한다.

냉정하게 보자. 진보 교육감들이 당선되었다고 해서 교육이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을까? 진보 교육감들과 힘을 합쳐 바꿔나가야 할 것이 많으니, 전교조는 꾹 참고 교실에서 학생들만 보고 묵묵히 나아가면 과연 우리의 교육이 바뀔까? 전교조가 이뤄낸 성과들 중 그 어느 것이 그렇게 이루어졌던가.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 강제로 끌려나오면서도, 갖은 징계와 해고를 당하면서도 당당히 싸워왔기에 이뤄낸 성과들이다.

나는 전교조와 동갑내기인 대학생이다. 몇년만 있으면 사회에 나가서 스스로 노동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부당한 요구들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나와 내 친구들, 그리고 지금 교실에 있는 그 학생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갔을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그럴 때 과연 노조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들을 하지 않고 당당하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전교조가 힘을 내길 바란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교조한테 ‘가만히 있으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싸움에 연대하는 것이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은 원래부터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런 마음들이 하나하나 모여 거대한 힘이 될 때 가능하다. 길이란 원래부터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걷다 보면 그것이 결국 길이 된다던 루쉰의 말처럼 말이다.

이준희 대학생·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조희연·이재정·이청연 교육감 '교육 변화의 열망'을 나누다 [한겨레담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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