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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07 18:36 수정 : 2014.07.07 18:36

얼마 전 대학생 친구와 인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무급인턴’이란 단어를 듣게 되었다. 무급인턴? 국어법상으로 맞는 말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일 먼저 들었다. 인턴이라는 명사가 무급과 같이 쓰일 수 있을까? 사전을 찾아보니 인턴이 꼭 유급이어야 한다는 전제는 없었지만 여전히 나에게 무급인턴은 생소하고 이상한 단어이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도 매년 인턴을 채용한다. 당연히 유급이며, 역할은 다양한 업무에 대한 지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결과에 책임을 진다. 하지만 수준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맡기지 않는다. 인턴에 맞는 역할과 책임이 있는 것이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오래전부터 무급인턴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2013년 12월에는 한국대사관에서 지원조건이 아주 까다로운 무급인턴을 모집하면서 스펙을 미끼로 청년노동력을 착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2011년에도 희망제작소에서 인턴들에게 점심값 5000원만 제공하고 직원과 동일한 일을 시켰다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무급인턴 논란에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는 “우리는 월급은 주지 못하지만 꿈을 주고 비전을 주고 사랑을 줍니다”라고 해명했다. 과연 그것이 ‘무급’에 대한 이유가 될까.

무급인턴의 경험이 당사자에게 꿈을 이루는 과정이라면 참 좋겠다. 하지만 “나의 소중한 가치를 위해 돈을 받지 않고도 일했어요”라는 말이 앞으로 그의 삶에 족쇄처럼 따라다닐까 걱정이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는 것은 노동의 대가이기도 하지만 앞에서 말했던 노동 결과에 대한 책임의 대가이기도 하다. 실제 무급인턴 경험자 10명 가운데 7명이 “우리가 담당한 것은 교육이 아닌 노동이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시키면서 교육의 기회와 꿈을 주고 있다고 포장하는 것은 어딘가 꺼림칙하다. 이럴 바에는 무보수성의 원칙을 중시하는 ‘자원봉사’라고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재능기부자의 증가로 관련 산업 전문가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듯이 청년들의 무급인턴 역시 비슷한 결과를 이끌어 낼까 걱정이다. 또한 경제적 형편 때문에 무급인턴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청년들은 인턴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을 겪게 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무급인턴이라는 말이 제대로 사용되려면 제일 먼저 무급인턴의 모집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단체의 선발 모집→당사자의 지원이 아니라 당사자의 신청→단체의 허락이 기본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스펙을 위한 맹목적인 인턴 역시 우리가 조심해야 한다. 인턴십(Internship)의 주체는 ‘단체’가 아니라 ‘나’가 되어야 하며, 그 목적은 ‘단체가 주는 꿈과 비전’이 아니라 ‘내가 꾸는 꿈과 비전’이 되길 바란다.

김봉근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동행프로젝트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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