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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우주인 이소연, 그를 놔주자 / 김재창 |
2006년부터 몇년 동안 아프리카 케냐에서 빈민가의 어린이들을 모아 희망을 노래한 적이 있다. 지금은 인도 푸네에서 또 하나의 희망사업을 하고 있다. 케냐 어린이 합창단을 이끌고 한국 순회공연을 와서 대전의 한 교회에서 공연할 때였다. 그때 우주인 이소연씨도 공연장을 찾아와 인연을 맺었다.
나는 공연 도중 아프리카 북을 치던 단원 라우렌스를 소개했다. “라우렌스의 꿈은 파일럿이 되는 것입니다. 이 아이의 꿈을 응원해주십시오.” 마침 이 장면을 본 이소연씨는 며칠 뒤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와 후원 방법을 물어왔다. 그 뒤 그는 매달 10만원씩 어김없이 송금해왔다. 그는 링거를 맞으면서까지 강연을 이어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음에도, 우리 합창단의 숙소를 찾아와 아이들한테 강연을 하고 놀아도 줬다. 천문관측소에 초대해 자세하게 설명도 해줬다. 그때 전자레인지가 우주선에서 음식을 데우기 위해 개발한 기술을 상업화한 것이라는 얘기도 처음 들었다.
그는 태권도 유단자에다 래프팅도 즐기는 에너지 넘치는 한국의 젊은이다. 그래서 1만8000 대 1의 경쟁을 뚫고 당당히 한국 최초 우주인이 됐다. 보통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이착륙할 때도 내심 공포를 느낀다. 그런데 그는 여자의 몸으로 미지의 세계에 과감히 도전했다. 우주선에 오를 때, 출발할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어쨌거나 그는 끝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열흘 동안 머물며 18가지 우주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우주에서 무사히 돌아온 그는 연구가 아닌 강연을 주로 했다. 우주산업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를 보고 싶어하다 보니, 그는 4년 동안 235회 강연을 했다고 들었다.
“260억원을 들여 우주인을 만들어놨더니 ‘먹튀’를 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군에서 장교 한명을 길러내기 위해서도 꽤 많은 예산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의무 복무기간을 마치면 계속 군에 남든 전역하든 스스로 결정한다. 특히 한명의 전투기 조종사를 길러내기 위해 109억원, 수송기 조종사 67억원, 헬기 조종사 41억원이 든단다. 이들도 의무기간 15년을 마치면 대부분 민간 항공사로 이직하는데, 한해 평균 115명쯤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먹튀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소연씨에게만 높은 의무감을 요구하는가? 그는 이미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 그리고 그는 계속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되고 나서야 한국의 우주인 배출 사업의 한계를 깨닫게 됐다. 정부의 정책과 예산 편성 과정을 알고 난 뒤에야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단다. 우주산업에 있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그는 “공학이나 과학 이외의 부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일하고 의견을 나눠야 해서 유학을 결심했다”고 했다.
지금은 우리가 그를 놔주고 기다릴 때다. 그에 대한 사랑과 애착도 이해가 가지만 그에게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다. 그는 준비하는 사람이다. 한국에 우주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경영학석사(MBA) 공부를 하기로 했다. 너그럽게 기다려주자. 또 서른여섯살 ‘노처녀’가 이제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다. 그를 괴롭히지 말자. 그는 김치를 담그며 여자로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나는 확신한다. 만약 한국이 그에게 열정을 쏟아 일할 기회를 준다면 그는 자기의, 조국의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통통한 볼로 눈을 반짝이며 특유의 함박웃음을 웃으며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김재창 인도 바나나합창단 지휘자·월드샤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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