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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17 18:28 수정 : 2014.07.17 18:28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전주 시내버스의 분규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시내버스 업체들의 부당행위에 대해 버스노동자들은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쪽이 꿈쩍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성여객에서 사쪽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버스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했고 119의 심폐소생술로 33일 동안 버티다가 지난 6월2일 끝내 숨을 거두었다. 고 진기승씨 얘기다.

부당하게 해고시켜 놓고 복직을 빌미로 중간관리자가 가족까지 대동해서 무릎 꿇으라고 했다고 한다. 두번씩이나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회사는 “복직은 시키겠지만 버스 운전직 복직은 안 되고 관리직으로 복직해서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역할을 하라”고 했다고 한다.

고인은 가정파탄만은 막아보려고 자존심까지 버렸지만 영혼만은 버릴 수 없다며 차라리 죽겠다는 결심을 했다. 가족과 동료들에게 문자로 유서를 남긴 뒤 회사 현관 옥상 국기봉에 목을 맸다.

진 조합원이 자결을 시도한 뒤 10시간 만에 행정법원에서는 부당해고 판정이 났다. 하지만 고인은 17일 현재 46일 동안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신성여객이 설립될 때는 자본금 1억원이면 버스업 허가가 발급됐다. 버스 1대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은 버스 96대, 종업원 220여명, 연매출액 140억원에 이르는 회사가 됐다. 당시 창업자가 사망한 뒤 부인은 회장, 아들은 사장이 되어 있다. 그들은 지금 몇 개의 사업체, 대저택, 상가건물, 땅, 별장 등을 소유한 자산가가 됐다.

그들의 부를 만들어준 노동자들은 새벽 4시 출근해서 자정이 될 때까지 뺑뺑이를 돈다. 빠듯한 배차시간 때문에 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위장병을 달고 살아간다. 오줌을 오래 참아 방광염에 걸린 운전기사도 비일비재하다. 배차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징계가 뒤따른다. 본의 아니게 신호를 위반하고 과속을 하는 이유다. 뒤따르는 범칙금은 기사의 몫이다. 월급은 세금을 공제하고 170만원이다. 게다가 민주노조 조합원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곤 한다.

이렇게 진기승씨를 죽음으로 내몰아 놓고는 아직 사과는커녕 반성하는 자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장과 노동청장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죽으라고 했느냐”, “민주노조가 죽여 놓고 왜 회사 와서 떼를 쓰느냐”, “이참에 민주노조 다 쓸어버리려 한다”, “남의 회사에 몰래 들어와서 죽었으니 진기승이도 법을 어겼다” 등 온갖 막말로 망자를 두번 죽이고 유족들을 농락했다.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도 이어진다. 가장 기본적인 유족 보상도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다. 보상금을 일시불로는 못 주겠다며 매해 2000만원씩 10년 동안 분할해서 지급하겠다고 한다. 지금의 태도를 보면 회사가 10년 동안 성실히 줄 것이라고 믿기 힘들다.

지난 11일, 전주시장 중재로 노·사·시 3자가 모여 치열한 논의를 통해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사과 등이 담긴 최소한의 안이었다. 노조는 힘들게 수용을 결정했고 사쪽 관리자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그조차 회장은 거절했다. 시장이 어렵게 중재했고 시민의 불편을 고려해 노사가 힘들게 내놓은 잠정합의안이었다.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 이제 장례라도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사쪽은 버스 문제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 모두의 간절한 염원을 저버리지 말아 달라. 장례라도 치르게 하려는 동료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 달라. 그것이 사람의 도리다.

김종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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