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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장애인 주차구역을 돌려주세요 / 김영주, 안소연 |
저는 척수장애인입니다. 얼마 전 재활을 위해 차를 가지고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병원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모두 주차가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차된 차 모두 노란색 장애인 자동차 표지가 없는 비장애인 자동차였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주차장을 몇 바퀴나 돌았고, 결국 병원 예약시간이 훨씬 지난 뒤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장애인들을 배려하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당연히 비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주차 표지가 부착된 자동차라도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은 경우에는 주차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비장애인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거나 장애인 자동차 주차 표지가 있더라도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이 동승하지 않은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불법행위이며, 이로 인해 보행 장애인이 주차구역을 이용하지 못함에 따른 불편과 안전을 위협받기도 합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일반 주차구역보다 넓습니다. 주차를 하고 휠체어를 꺼내 ‘보행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죠. 일반 주차 공간은 휠체어를 꺼내 탈 공간이 없어 우리에게 무용지물입니다.
2013년 기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19만 면으로, 이를 이용해야 하는 보행 장애인이 원활하게 사용하려면 60만 면이 있어야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 많은 중증 장애인이 무리해 자동차를 구입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부족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마저 ‘침범’당할 때면 억울한 생각이 듭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도 일반 주정차 위반 단속처럼 단속을 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주정차 위반처럼 단속 공무원이 따로 있지 않으며 대부분 신고제로 단속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때 단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의 경우 경찰관이 직접 주차단속도 하고, 신고를 하면 바로 출동해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과태료 또한 최고 169만원이나 됩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도 과태료는 각각 120만원, 230만원으로 과태료가 10만원인 우리나라에 견줘 최대 23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현재 국회에선 과태료 10만원을 50만원으로 올리자는 논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단속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속 강화를 위해 지자체에서 지역에 있는 장애인 단체나 시민위원을 모집·위촉해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에 대한 홍보 및 주차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 권한을 주는 것을 제안합니다. 누구나 신고 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함께 도입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장애인이 불편 없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김영주 지체장애1급
안소연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
※ 이 글은 두 기고자가 토론한 내용을 토대로 김영주씨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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