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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사드 배치 거부하고 한국형 엠디 체계 수립해야 |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을 편입시키기 위한 압박이 거세다. 시작은 언론을 통한 군불 지피기였다. <월스트리트 저널>(5월29일치)은 “미국은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한 후 한국이 구매하거나 곧바로 구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6월3일 한미연합사령관이 “사드 포대의 한국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 정책국장은 “한국 정부가 사드의 성능과 가격을 알기 위해 정보를 요청했다”고 불을 붙였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구매하지는 않지만 주한미군의 사드 보유는 수용한다”는 것이다. 양다리 전략이다. 군사동맹국인 미국은 한국에 사드 포대를 설치하려고 하고,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탐지거리가 1000㎞에 이르는 사드 포대의 엑스밴드 레이더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판단은 중국-러시아-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중국한테는 반대이다. 미국의 탐지범위 안에 중국이 포함됨으로써, 엠디 경쟁에서 미국에 뒤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지와 한국의 태도를 볼 때 사드 포대의 설치는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한미군에 사드 포대를 설치한 뒤, 정보공유 형태로 운영하거나 한국이 인수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미국의 의사에 반대하지 않고, 중국에는 ‘주한미군의 무기 전개’로 발뺌하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속임수에 넘어갈 중국이 아니다. 사드 포대가 주한미군에 있든 한국군이 인수하든, 중국을 겨냥한다는 데는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북한의 탄도미사일 격추’라는 미국의 목적에는 변화가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사드 포대의 한국 전개가 진행되면 될수록 중국의 압력은 그만큼 더 증가할 것이다.
미국 엠디체계에 가입하면, 북한의 핵 공격 방어에 도움이 된다. 엑스밴드 레이더(AN/TPY-2 레이더)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며, 사드 미사일이 상승-중간-종말단계 모두 혹은 적절한 단계를 잡아 격추하게 된다. 그러나 이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당한 손해가 기다리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을 더 자극할 뿐만 아니라 핵무기 보유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중국의 반발에 이어, 경제적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밀리게 되며, 심하면 무역보복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립이 최고조에 달하면 6자회담 보이콧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북핵 문제의 답보뿐만 아니라 신냉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는 2단계로 구성된다. 현재 한국에는 2012년 이스라엘로부터 도입한 탄도유도탄 조기경보레이더 2대가 있다. 이는 탐지거리 500㎞로 북한 전역을 커버한다. 요격무기는 40㎞ 이하 저고도용이며 요격률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PAC-2밖에 없다. 그래서 2020년까지 고도 50~60㎞에서 L-SAM으로 1단계, 40㎞ 이하에서 PAC-3와 국산 M-SAM으로 2단계 요격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2단계 엠디는 북한의 무기 진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발사한 북한 노동미사일의 고도는 160㎞ 이상이었고, 하강 속도는 최대 마하 7에 달했다. 중고고도인 애로(Arrow-2 혹은 3) 급이나 사드 급을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사드를 도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중국이 경계하는 엑스밴드 레이더를 제외하고 미사일만 도입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재영 경남대 교수·군사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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